김가은은 21일(한국 시각) 스위스 바젤의 장 야콥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차이얀얀(중국)을 2 대 1(21-14 16-21 21-10)로 눌렀다. 전날 폴리라르포바 크세니아(이스라엘)를 2 대 0으로 완파한 64강전까지 연승을 달렸다.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서 16강에 올랐다. 한국 여자 단식은 전날 김효민(24)과 얄궂은 32강전에서 이긴 맏언니 성지현(28·인천국제공항)까지 2명이 3회전에 진출했다.
당초 김가은의 16강 진출은 예상 밖이었다. 상대는 세계 랭킹 29위인 김가은보다 11계단 높은 18위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16번 시드를 배정받아 1회전을 부전승으로 올라와 체력도 비축한 상태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도 "김가은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달랐다. 김가은은 1세트부터 차이얀얀을 거세게 밀어붙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를 뺏겼지만 3세트 지친 차이얀얀에 뒷심을 발휘하며 55분 만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김가은은 "첫 경기 걱정했는데 비슷한 타입의 선수라 어떻게 보면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실수가 많았지만 오늘 몸도 잘 움직였고,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16강까지 올라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가은은 '천재 소녀'로 불리는 안세영(17·광주체고)와 함께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안재창 대표팀 감독은 "가은이가 세영이와 함께 엎치락뒷치락하며 좋은 경쟁 구도를 보인다"면서 "지현이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은이가 지난달 미국오픈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도 복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여자 단식을 부흥시키려는 마음이 있다. 김가은은 "항상 복식 언니들이 성적을 많이 내는데 단식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면서 "지현이 언니 혼자 짐을 져서 덜어주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단식을 일으켜보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다"면서 "세영이가 어린데도 너무 잘 해줘서 대단하고 배울 점도 많은데 같이 의지하면서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가은은 현재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남녀 대표팀 중 가장 어리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 출전 랭킹 기준일인 4월말 당시 순위가 낮아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그만큼 패기가 넘친다.
22일 김가은의 16강전 상대는 세계 2위 타이쯔잉(대만)이다. 김가은은 "세계 2위와 경기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도 "그러나 저는 잃을 게 없으니 덤빈다는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타이쯔잉은 세계 1위를 달리던 지난 5월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 예선에서 안세영에게 덜미를 잡힌 바 있다.
"오늘처럼 한번씩 이기고 경험 쌓으면서 지현이 언니 자리도 넘볼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김가영. 여자 단식 차세대 주자의 겁없는 도전을 지켜볼 일이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막내 김가은의 선전 속에 승전보를 이었다. 남자 복식 최솔규(24·요넥스)-서승재(22·원광대)가 세계 랭킹 1위로 군림하던 최강 마커스 페르날디 기데온-케빈 산자야 수카물조(인도네시아) 조를 상대로 32강전에서 2 대 1(16-21 21-14 23-21) 대역전승을 거뒀다.
여자 복식 기대주 김소영(27·인천국제공항)-공희용(23·전북은행)과 이소희(25)-신승찬(25·이상 인천국제공항) 조도 32강전에서 각각 중국과 덴마크 조를 넘고 순조롭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