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된 촌철살인…조국의 적은 조국?

교수시절 각종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들 최근 자신의 상황과 겹쳐
"부모혜택 문제" "대입용 외고폐지" "논문 기본필요" 등은 딸 논란에 적용 가능
"경제상태 중심 장학금" "위장전입은 시민 마음 후벼파" 등도 딸 논란과 연결
"어린이 투자" "자본에 투항" 등 투자문제 지적했지만 본인도 투자 나서
과거에 했던 발언들이 자신의 논란에 적용되면서 '조적조'라는 시각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조적조(曺敵曺, 조국의 적은 조국).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 후보자가 과거 특정 인사를 비판하거나 사회적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발언 내용이 도로 조 후보자를 공격하는 형국이다.

조 후보자는 후보자로 내정된 후 사모펀드 투자, 전 제수씨를 비롯한 가족 간 증여와 채권·채무 관계, 자녀의 논문 공저와 장학금 등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과거의 발언들은 현재 자신의 상황과 정반대되는 내용이었다.

◇"부모 혜택은 사회의 문제"…딸 진학 정면 겨냥한 듯한 과거 촌철살인

조 후보자 딸의 고교시절 2주간 인턴 프로그램 수료 후 의학 영어논문 제1저자 등재, 2차례 유급에도 6학기동안 장학금 수령 등은 사실관계가 명확한데다가 국민 정서와 괴리가 커서 도덕적인 비난이 쇄도하는 상태다.

조 후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조 후보자의 발언 내용이 현재의 의혹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이던 2016년 한 강연에서 "내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내 노력의 결과가 결판 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어 간다"며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부모의 도움으로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 외국 생활, 고교생 신분으로 논문 저자 등재 등을 경험한 후 필기시험 한 번 치르지 않은 채 외국어고등학교와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연이어 합격한 사실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주장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류의 일화를 좋아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외고를 나온 조 후보자의 딸이 공대로 진학한 후 다시 의전원에 입학해 일각에서 '문과 출신으로 의사가 되기 위한 최적의 코스를 밟았다'는 지적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이다.

그는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외고는 외국어특화 고교 또는 해외대학 진학준비 고교로 개편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대학입시용 외고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자신의 딸의 진학 과정을 날카롭게 비판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를 통해서 "스펙을 쌓을 능력과 환경 덕분에 경쟁에서 승자가 된 소수는 승리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라며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다수는 큰 상처만 입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치 그의 법무장관 임명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진영의 논평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날카로운 이 저술 내용은 딸의 진학 성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거의 조 후보자는 딸의 논문 저자 등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2012년 트위터를 통해 "직업적인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며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2주간의 인턴십을 마친 고등학생이 박사학위자 등을 제치고 제1저자로 기록된 일을 비판하기에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장학금, 위장전입 등 딸 관련 다른 이슈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 후보자는 2012년 트위터를 통해 "장학금 지급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며 "등록금 분할상환 신청자는 장학금에서 제외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한 것을 환영하며 쓴 이 내용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 대한 격려보다는 학업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차원에서 장학금 제도가 활용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5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조 후보자 부부의 자녀는 장학금을 받지 않았어야 하지만 조 후보자의 딸은 의전원 재학 중 12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장차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본 후 한겨레 기고문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관행적인 위장전입을 두고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말했다.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을 그저 비난하는 것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많은 시민들을 위한 목소리였지만 정작 본인도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의 교육을 위해 부산에 살면서 집주소를 서울로 옮긴 적이 있다.

청와대의 인사배제 기준에는 걸리지 않는 수준이라지만 본인의 기고문대로라면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후벼 판 셈이다.

◇어린이투자·부동산투자 비판했지만 자녀들 8억원대 투자약정

조 후보자는 2009년 저서 '보노보 찬가'를 통해 "대한민국은 어린이들에게 주식·부동산·펀드를 가르친다"며 우리나라를 돈을 최고로 여기는 세속적인 곳으로 묘사했다.

자본지상주의를 비판한 셈이지만 정작 이번 인사청문 국면에서 제기된 주요 의혹 중 하나는 조 후보자의 배우자와 자녀가 74억원대 사모펀드 투자를 약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조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각각 3억5500만원 출자를 약정했고, 이 중 5000만원씩을 투자했다.

조 후보자는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를 통해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팽배해진 자본 중심적 사고를 비판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매가리마저 풀려 스스로 통치의 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투항하고 말았다"며 부동산 투기를 지적했지만, 정작 본인은 1998년 경매를 통해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

조 후보자는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주권자 국민의 '공복'이 되기 위해서보다는 '사농공상' 서열의 맨 위에 올라 '아랫것'들에게 위세 부리며 사는 삶을 선망하는 집단 무의식이 남아 있을 것이다"라며 권력자들을 경계했다.

학자시절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종 현안과 관련해 소신을 펼치며 날카로운 지적을 아끼지 않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법무장관 후보자가 되면서는 오히려 이러한 자신의 과거 비판 기준이 스스로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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