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속도로 순찰대원 2차 사고 유족에 안 알려

시신 화장 후에 확인돼 직접적인 사망 원인 밝힐 수 없어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찰이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던 고속도로 순찰대원의 당시 2차 사고를 뒤늦게 확인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차 사고도 시신을 화장한 후에 확인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5일 오전 0시 50분쯤 경기 시흥시 제2서해안고속도로 군자분기점 인근 시흥 방면에서 25t 트레일러가 갓길에 세워진 고속도로 순찰 차량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돕던 허모(21) 씨와 양모(26) 씨 등 고속도로 순찰대원 2명이 숨졌다. 숨진 허 씨는 입사한 지 두 달 밖에 안 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달아난 트레일러 운전기사 A(50) 씨는 시흥시의 한 모텔에 숨어있다가 약 13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서 깜박 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허 씨의 유족들은 보험 등 때문에 경찰에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을 받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허 씨가 당시 트레일러에 치여 차선에 쓰러진 후 SM승용차가 다시 한 번 치고 갔다는 또 다른 사고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이 승용차가 허 씨를 치기 전 브레이크를 한 번 밟은 뒤 흔들렸다가 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말 허 씨에 대한 2차 사고를 보강 수사 중 추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미 허 씨를 화장해 장례를 모두 치룬 뒤였다. 이에 시신을 부검할 수 없어 허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트레일러 때문인지, 2차 사고 탓인지 밝힐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지난 1일 2차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한 차례 조사한 뒤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판단 근거로는 해당 운전자가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현장으로 돌아온 점, 허 씨를 사고 차량의 파손물로 인식한 점, 현장 경찰관에게 인적사항을 남긴 점, 오히려 도움을 주겠다고 한 점 등이 반영됐다.

시흥경찰서는 허 씨의 2차 사고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에서도 나오는 만큼 유족에게 숨기거나 은폐한 것은 아니고, 별도의 설명과정을 놓쳤다"며 "유가족의 심적인 부분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추가적인 아픔을 드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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