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만 높은 대기업 '갑질'에 동반성장 신뢰도 '흔들'

동반성장등급 '최우수' 받은 대림산업, 협력업체 갑질 적발돼 등급강등 예정
동반성장등급 평가 시스템 신뢰도 추락

(이미지=노컷뉴스)
협력업체들과 상생을 잘한다는 이유로 동반성장지수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대기업들이 실제로는 협력업체에게 갑질을 일삼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 조사 면제 등의 특혜가 부여되는 동반성장지수 등급 평가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 적발된 사례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올해 등급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올해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체 189개 회사 가운데 31개사 뿐이었다.

대림산업이 매년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7년에는 ‘양호’ 등급을, 지난해에는 ‘보통’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는 ‘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 등 모두 5개 등급인데, 대림산업의 그간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3계단을 수직상승하며 처음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위는 대림산업의 등급상승을 특이사례로 들기도 했다. 최우수등급을 받으면 공정위 직권조사를 2년간 면제받고 공공입찰시 가점과 함께 세자 선정 시에모범납도 우대를 받는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한데다 법규 위반 등의 감점 사항이 올해는 없어 등급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등급 발표 두달 뒤인 이달 18일 대림산업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759개 협력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것.

결국 동반위는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배포해 대림산업의 등급을 강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의 경우처럼 동반성장지수 상의 등급과 실제 행태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에 따르면 100개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대기업의 공정위 소관법률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위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모두 434건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코오롱글로벌이 23건, 대우건설·현대건설이 20건씩, 대림산업·LS산전·SK건설이 17건씩, 현대산업개발 16건, GS건설·포스코건설 14건씩, 삼성물산 12건, 롯데건설 10건 등이다. SK건설은 당시 ‘최우수’ 등급이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우수’등급이었다.

동반성장위의 ‘사후약방문’식 등급 강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은 사후 등급 강등이 2건 있었고 지난해에는 4건으로 늘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들이 괜찮은 등급을 받아 놓고서는 법 위반을 일삼고 있다”며 “그럼 동반성장지수 등급은 뭐가 되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당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등급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보완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역시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평가 시스템은 크게 법규 위반 여부와 상생협력프로그램 운영여부, 그리고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등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설문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을’일 수 밖에 없는 하청 중소기업이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에 불리한 답변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경우도 설문조사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상생협력프로그램을 갖춰놓았고 법규위반 사례가 적발되지 않는 바람에 올해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으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 3년에 걸친 사안이 다수 신고됐다”고 밝혀 동반위의 협력사 설문조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곤란해 하는 협력사들도 있다”며 “그래서 미리 답변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가능하다고 하는 협력사만 설문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 위반 기업이 있으면 강하게 처분하고 평가기준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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