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청장은 20일 오후 늦게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본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전국 대민(對民) 접점 부서의 근무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현장의 문제를 면밀하게 진단하겠다"며 "이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 조직의 풍토와 문화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4시간 독립적으로 근무하는 현장 경찰관들의 생각과 자세를 전환하고, 이를 관리하는 각 단위 책임자의 역할을 확고히 정립하겠다"며 "철저히 시민의 관점에서 책임감 있게 일해 나가는 공직자의 자세를 내면화 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민 청장이 이처럼 개별 사건 관련 논란에 사과문을 발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여당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잇따라 질책을 받자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했다는 평가다.
앞서 경찰은 17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안내실에 찾아와 자수 의사를 밝힌 장대호를 놓칠 뻔 했다.
당시 안내실 근무 경찰들은 장씨에게 "무슨 사건을 자수하러 왔냐"고 물었고, 명확한 대답이 없자 서울청에 사건 담당 형사가 없다는 이유로 "인근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이후 장씨는 다행히 도주하지 않고 택시로 종로서에 가서 자수해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고양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코미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자수하기가 이렇게 어려우면 자수를 하겠느냐"며 민 청장을 질책했다.
이 총리도 민 청장을 불러 사건의 전말을 보고 받고 책임자 엄중 조치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총리는 민 청장보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한편 지휘 책임자인 이용표 서울청장은 오는 23일까지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21일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