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 극복한 이덕희에 테니스 스타들도 찬사

이덕희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역사상 청각 장애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식 본선에서 승리한 이덕희(21·서울시청)의 스토리는 전세계 동료 선수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ATP 투어 홈페이지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윈스턴세일럼 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스위스)를 꺾은 이덕희의 승전보와 함께 각국 테니스 선수들의 반응을 전했다.

세계랭킹 212위에 올라있는 이덕희는 세계 120위의 라크소넨을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고 청각 장애 선수로는 사상 첫 ATP 투어 단식 본선 승리를 따냈다.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은 이덕희의 승리 소식을 접하고 과거 그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샌드그렌은 ATP 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몇년 전에 대회에서 그를 이긴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나고 그가 나를 찾아와 구글 번역기를 통해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샌드그렌은 "만약 내가 들을 수 없고 영어마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굉장히 멋졌다"고 칭찬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앤디 머레이(영국)는 "만약 헤드폰을 쓰고 경기를 한다면 공의 속도나 스핀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테니스 선수들은 귀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도 이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샌드그렌 역시 테니스에서 청각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상대 선수가 공을 칠 때의 소리를 통해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들을 수 없는 입장이라면 엄청난 기술과 재능이 있어아먄 한다"고 말했다.

이덕희의 스토리는 이미 많은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영감을 줬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이덕희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3년 처음으로 성인 무대에서 랭킹 포인트를 따내자 자신의 SNS에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라고 글을 올렸다. 그해 9월 한국을 찾아 이덕희를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청각 장애 3급인 이덕희는 1972년 창설된 ATP 투어의 새 역사를 쓴 뒤 "장애를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테니스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과 친구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덕희는 "청각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메시지는 절대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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