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보다 이름 앞선 조국 딸…"면접관, 대필 의심했을 것"

'기여'만으로 의과대학 교수들 제치고 논문 맨 앞에 이름 올려
학계 "유전자 분석, 2주만에 못배워"
본과 4학년 유급은 이례적…"국시 합격률 관리 차원에서 유급시켰을 것"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의학 논문 제1저자에 조국 교수의 딸 이름(빨간 원 안)이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조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의과대학 연구 기초논문에 제1저자로 등록된 것을 두고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처럼 제1저자 중에서도 가장 앞에 등재되는 것은 연구 시작 단계부터 모두 본인이 주도적으로 맡아야 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설명대로라면, 고등학생이었던 조 후보자의 딸이 1·2·3저자로 등재된 의대 교수들과 박사보다 연구 초기 단계부터 더 깊이 관여했다는 말이 된다.

조 후보자의 딸과 이름을 올린 공저자들은 단국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박사들이다.


논란이 커지자 단국대학교는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겠다며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과학적·기술적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저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과학적·기술적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 저자의 자격을 부여한 사례가 있는지를 중점 확인할 계획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정에 의거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과대학 연구실에 근무 중인 의대생 A는 "가장 앞에 이름을 올리려면 '기여' 수준이 아닌 아이디어부터 실행 단계까지 모두 본인이 담당했을 경우 첫번째로 써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혈성 뇌손상을 겪은 산모의 아이와 정상인 아이들의 eNOS 유전자의 차이를 다룬 해당 논문을 조 후보자의 딸처럼 2주 간의 인턴 생활로는 분석할 수 없다"며 "의과대학 논문을 작성하는 데만 2주가 넘게 걸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국 딸의 면접을 본 (고려대학교) 교수들은 대필인 걸 뻔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유전자를 분석하는 실험 기법과 통계를 2주 만에 절대 못 배운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 의학 논문(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후보자가 2012년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일하던 당시 자신의 SNS에 "직업적 확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며 "후자의 경우도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며 "학계가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지적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인 것.

또 조 후보자 딸이 유급된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다른 의대생 B는 "3·4학년에 유급을 시키는 건 학교 측에서 의사국가고시(국시)를 통과하지 못할 성적이라고 판단해 시험을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쟁력은 국시 합격률이 좌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학교로서도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을 관리 차원에서 유급시킨다는 얘기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15년 1학년 1학기, 2018년 4학년 2학기에 유급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1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고등학교 때 제1저자로 논문을 낼 정도로, 의학 관련 논문을 낼 정도의 학생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번이나 유급을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의대 교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의학 관련 지식이 깊은 조 후보자의 딸이 어떻게 의전원에서 유급을 할 수 있느냐고 꼬집은 것이다.

한편, 조 후보자는 18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국민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인사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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