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핵심소재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두 번째로 승인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다음 달 도쿄에서 파운드리포럼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다만, 일본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 없이 명분 쌓기나 속도 조절 수준의 수출 승인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오는 28일로 백색국가 배제 조치가 예정돼있어 업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의 극자외선(EUV)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두 번째 수출 신청을 지난 19일 받아들였다.
지난 7일 승인한 양은 3개월 치였는데, 이번에는 6개월 분량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 3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의 물량 조달은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다른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는 여전히 1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핀셋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자, 불확실성이 해소된 게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포토레지스트 1차 허가 이후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으며 신중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공급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배제조치가 조속히 철회돼야 일본의 입장이 변화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숨고르기를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있을 한일 외교장관 회동과 오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등을 의식한 조치로 보기도 한다.
유화책이라는 일부 해석도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한일 외교장관 회동과 지소미아 연장 시한을 앞두고 일본의 분위기 탐색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근본적 기조 변화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외교장관 회동에서부터 일본의 발언 수위와 태도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도쿄에서 열리는 ‘삼성 파운드리포럼(SFF) 2019 재팬’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일본 수출 규제의 타깃으로 지목된 EUV 공정에 관한 설명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주요 국가를 돌며 열리는 행사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 속에서 기업 간 협력 유지를 강조해 사태 해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제스처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