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강경훈 부사장은 노무 담당 업무를 총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와 관련해 그룹 내 '컨트롤 타워' 역할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입사 이후 사내 인사업무를 도맡아왔고 지금은 해체된 삼성그룹의 미전실에서 노무 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임원으로 재직했다.
피고인신문에서 강 부사장은 노무 담당 임원으로서 노조와 무관한 일반적 인사·복지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제 업무는 직원들의 임금이나 복리후생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삼성의 노선으로 알려진) '비노조 경영방침'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잘해줄 것인지를 깊이 연구하고 노조가 필요없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라고 노조의 설립 자체를 저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사담당 총괄 임원 재직시 직접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에 노조설립과 관련해 '사전예방, 설립시 조기와해, 확산 방지' 등이 기재된 내용을 검찰이 짚으며 추궁하자 '복수노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항변했다.
강 부사장은 "예전에는 주로 임직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등 처우에 관한 고민을 했다면 2011년 '복수노조' 환경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다"며 "여러 언론에서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 개의 사업장 내 여러 개의 노조가 경쟁하면서 노사붕괴가 일어나고 기업이 망가질 가능성이 많다 등 이야기가 많아서 그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해 시중의 아이디어들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본인의 감독 아래 작성된 노사전략 문건이 "반드시 실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 기억한다"며 "(해당 문서들이) 일정 부분 교육에는 활용됐지만 각 사에 배포하거나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삼성 계열사·협력사들로 시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측 증거로 제시된 지난 2012년 노사전략 문건에서 '기본적으로 (노조) 설립을 차단하고 조기와해에 주력, 원칙·신속 대응을 통한 명분 제거, 불가시 회사노조 설립 판단 후 교섭을 진행하며 노조고사화 추진' 등의 표현이 나오자 "일부 고약한 표현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제어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 부사장은 그가 주도한 화상회의 자료, 미전실 직원이 '메모보고' 형식으로 올린 메일, 노사전략 문건 등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들 간 교섭, 협력사들의 노조 움직임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모르쇠' 입장을 고수했다.
계열사 임원 등에게 지난 2013년 당시 금속노조에서 '삼성 조직화' 시도가 있으니 이를 막도록 조직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 한 회의자료를 두고는 "추상적이고 일반적 당부였다"고 일축했고 협력사의 노조 움직임을 간파한 인사팀 문건에 대해서도 "협력사 노조 문제는 그룹 상부까지 보고할 사항이 아니었고 미전실의 주요 현안도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강 부사장은 지난 1월 '삼성 에버랜드 노조 설립 와해'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