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될까 잠 못 자"…균열 아파트 외부 구조물 철거

정밀 진단 결과, 아파트 건물 자체는 문제 없는 것으로
정화조 배기덕트는 전문가 만장일치로 '즉시 철거' 결정

(사진=고무성 기자)
"고층에서는 (콘크리트가)탁탁탁 떨어지고, 균열되는 소리가 들렸대요. 혹시라도 붕괴될까봐 불안해서 잠도 못 잤어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 1~2호 라인 출입구와 뒷편으로 가는 길은 출입을 통제하는 선이 쳐져 있었다. 주위에는 경찰과 수원시청 관계자, 20여명의 취재진,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현장에서는 1~2호 라인 주민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들 30세대 주민 92명은 전날 밤 경로당과 교회, 지인 또는 친척 집, 인근 숙박업소 등으로 이미 대피한 상황이었다.

대신, 이 아파트 3호 라인에 사는 주민 한 명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A 씨는 "1~2호라인 고층에 사는 주민이 (외벽이)탁탁탁 떨어지고 균열되는 소리를 들어 관리소에 신고했다고 한다"며 "주민들이 요구해 아파트에 (대피)방송이 나오고, 119에도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오후 5시 30분쯤 차량을 주차하려는데 한 주민이 (아파트)균열이 일어나고, 낙석이 떨어지고 있으니 주차하지 말라고 통제했다"면서 "1~2호 라인은 대피했지만, 저희는 들어가서 자도 된다고 했는데 혹시라도 붕괴될까봐 잠이 안 왔다"고 토로했다.

경로당 앞에서 반려견과 함께 힘없이 앉아있는 주민, 아들과 함께 관리사무소를 찾은 주민들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급하게 나왔는지 슬리퍼를 신고 간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의식해 취재진과의 대화는 꺼려했다.

(사진=염태영 수원시장 페이스북 캡처)
안전기술사인 한국건설기술원은 이날 오후 8시 40분쯤 육안 점검에 들어갔다. 그 결과, 15층 아파트 1~2라인의 7층부터 15층 구간에 아파트 건물과 접합된 정화조 배기덕트의 연결부분이 최대 15cm가량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옆으로는 30cm 가량 기울어 졌다.

아파트 건물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정화조 배기덕트의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다음 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정밀 안전 진단을 벌였다. 그 결과, 다시 한 번 아파트 건물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1개동 1~2호 라인 본 건물과 외부 구조물인 정화조 배기덕트의 급격한 이격으로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만장일치로 '즉시 철거'를 결정했다.

4개 부분에 연결돼 있는 층별 철물(정착앵커)이 빗물 유입과 바람 등 외부환경 요인에 의한 부식으로 하중을 견디지 못해 절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는 1991년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으로 건축됐다. PC공법은 미리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해 짓는 건축 방식이다. 정화조 배기덕트는 해당 단지에서 이 아파트에만 설치돼 있다.

철거 작업은 최소 3~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곧바로 이날 오후 외부에 안전가시설이 설치된다. 콘크리트 구조믈은 층별로 철거 후 크레인으로 이동 조치될 계획이다.

수원시 이영인 도시정책실장. (사진=고무성 기자)
수원시 이영인 도시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브리핑을 통해 "전문 철거업체를 선정, 철거과정에 생길 수 있는 안전조치 계획 수립, 소요 예산 등까지 안전을 우선고려해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아파트 외곽 구조물 철거문제는 공동주택법상 인허가 절차상 '선 조치, 후 행정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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