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브라이언 스키너 감독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선트러스트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1대3으로 끌려가던 5회초 수비를 앞두고 간판 스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를 교체 아웃시켰다.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
기본을 잊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의 태만한 플레이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아쿠냐 주니어는 애틀랜타가 0대3으로 뒤진 3회말 2사 2루에서 우측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그는 홈런이라고 확신했다. 방망이를 들고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천천히 1루를 향해 걸었다.
공은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졌다. 홈런은 아니었지만 최소 2루타는 됐어야 할 타구였다. 여유를 부리던 아쿠냐 주니어는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다저스 외야진의 빠른 대처에 막혀 1루에 발이 묶였다. 2루주자 맥스 프리드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스니커 감독은 경기 후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을 통해 그 순간 질책성 교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쿠냐 주니어는 5회초 수비 때 교체됐다. 전날 류현진을 상대로 연속타자 솔로홈런을 완성했던 애덤 듀발이 좌익수로 교체 출전했고 좌익수를 맡았던 라파엘 오르테가가 아쿠냐 주니어를 대신해 중견수 위치에 들어갔다.
스니커 감독이 4회초 수비에서 아쿠냐 주니어를 곧바로 빼지 않은 이유는 듀발이 교체 출전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니커 감독으로서는 마음이 크게 아팠을만한 장면이다.
그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지난 18일 3연전 둘째 날 경기에서 4대3으로 승리한 뒤 3연전을 우세 속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간판 스타의 태만한 플레이 때문에 에 득점 기회가 사라졌다.
그는 18일 지역 언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을 통해 "3연전 첫 경기를 포함해 그동안 다저스에게 계속 밀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승리다. 이제 시리즈를 잡을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니커 감독은 아쿠냐 주니어를 경기 도중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그는 승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스니커 감독은 MLB닷컴을 통해 "아쿠냐는 뛰지 않았다. 당연히 뛰었어야 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플레이다. 한명의 팀 구성원으로서 나머지 24명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유니폼 뒤에 적힌 이름보다 유니폼 앞에 적힌 팀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7년생 아쿠냐 주니어는 프로 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 타선을 이끄는 주역이자 간판스타로 인정받는 선수다. 올시즌 타율 0.296, 35홈런, 85타점, 104득점, 29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5번째 '40-40(홈런-도루)'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애틀랜타는 1대3으로 뒤진 경기 중반부터 아쿠냐 주니어 없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스니커 감독이 던진 강한 메시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쿠냐를 대신해 중견수를 맡은 오르테가가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오르테가는 6회말 더스틴 메이를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애틀랜타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다저스에 유독 약했던 애틀랜타는 이번 홈 3연전을 2승1패로 마무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아쿠냐 주니어를 비롯해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도 마련했다.
아쿠냐 주니어는 "예전에는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도 늘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감독의 교체 결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