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反자본주의 투쟁가의 펀드투자…조국 내로남불?

조국, 민정수석 재임시절 74억원대 사모펀드 출자 약정 논란
曺측 "실투자액 10억원, 손해만 봤다"지만 10억원대 투자행위는 분명해
사노맹 산하서 '자본주의 불사르겠다'는 책 발간 때와는 정반대 행보
"시민 마음 후벼파는 일" 맹비난했던 위장전입 자신도 한 점은 비난면키 어려워
청문회서 충분한 해명 이뤄지지 않는다면 文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 전망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과감한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신고 재산은 56억원인데 이보다 18억원이나 많은 74억원을 약정한 탓이다.

배우자는 물론 20대인 딸과 아들의 명의로도 3억5500만원씩 출자를 약정했다.

조 후보자 측의 입장은 명료하다.

약정은 74억원을 했지만 실제 투자한 금액은 재산보다 훨씬 적은 10억5000만원에 불과하고, 현재 손실을 보고 있으며, 공직자의 투자를 제한하는 직접투자(주식)가 아닌 간접투자(펀드)인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투자한 것은 맞지만 전 재산을 다 넣은 것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데다, 돈을 벌지도 못했는데 무슨 논란거리가 되겠느냐는 뜻이다.

해명을 살펴보니 1991년에 발간된 한 책에 적힌 문구가 떠오른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불살라 버리는 데 기름이 되는 것은 오직 노동해방뿐"

조 후보자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의 싱크탱크격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강령 연구실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발행된 사과원의 기관지 '우리사상' 제2호에 담긴 내용이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통해 "사노맹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와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서도 "시간을 거꾸려 백 선배(사노맹 공동설립자인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의 제안을 받은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그의 손을 뿌리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사노맹 활동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니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며 자신의 사과원 활동 전력을 '반독재 경제민주화' 활동이라고 표현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활용했는지, 사모펀드 운영진과 어떠한 관계인지, 이익을 냈는지 손해를 봤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10억원대의 투자에 관여했음은 명백하다.

'자본주의를 불사르자'는 책을 발간한 것을 '경제민주화'로 표현할 만큼 자부심을 가졌던 젊은 시절의 소신이, 사모펀드 투자자로 변신하면서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셈이다.

사모펀드와 별도로 배우자 명의로 신고한 투자금액이 13억원대에 이르는 것은 덤이다.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위한 국가전복'을 목표로 뒀던 사노맹의 공동설립자 백태웅 교수도 자본주의의 상징적 국가인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니, 이러한 '변신'의 화살을 조 후보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강하게 비난했던 위장전입을 본인이 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2010년 이명박정부가 문화체육부 장관과 국세청장, 경찰청장 후보자로 신재민, 이현동, 조현오 등 3명을 지명하자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위장전입이 심각한 문제임에도 청와대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았던 것은 아마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네 자식의 학교 입학을 위하여 위장전입을 수차례 하였던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군'의 과오와 유사한 '신하'의 과오를 문제 삼으면 '주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므로"라고 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그랬던 조 후보자이지만 딸의 과거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인사 배제 기준인 '2005년 이후 위장전입 2회 이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대 진영의 위장전입은 '시민의 마음을 후벼파는 일'이지만 내가 한 위장전입은 청와대 기준에 걸리지 않으니 괜찮다고 한다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조 후보자는 소상한 내용을 국회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경제민주화 운동가'와 '사모펀드 투자자' 간의 간극, '남이 한 위장전입'과 '내가 한 위장전입'에 대한 입장 차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비난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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