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엔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가 나란히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여야 5당 대표는 한자리에 모였지만, 추도사에선 각자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추도식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정치가셨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치시고 결국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스승이셨다. 지금도 1980년 군사반란군의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도 침착하게 최후진술을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쌓이고 시대가 흘러갈수록 존경이 더해가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의 반듯한 족적이 있기에 저와 민주당은 항상 그 뒤를 따라 걸을 것"이라며 "고인께서 걸으셨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합, 혁신과 번영의 길이 저희들의 길이며 이 나라가 걸어야 할 길이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DJ의 후예'임을 강조한 데 반해 야권은 'DJ 정신'의 핵심으로 '화합'을 꼽으며 김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등 이른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불편한 기색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외교력을 치켜세우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님은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해 21세기 한일 공동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한일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자는 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서 외교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말씀도 새기고 있다"며 "대통령님은 '한국처럼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외교가 가장 필요한 나라다. 국내 정치에서 실수해도 외교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 '외교 무능'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합정치가 한국 정치의 기본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그는 반대 세력의 요구에 따라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진정한 협치의 달인이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은 탁월한 정치적 식견과 능력에 기초했다"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라는 기상천외한 연합정치를 통해 소수파 정권 획득을 이뤄냈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두고선 "그가 강조한 굳건한 한미동맹은 국제관계의 기본이 돼야 하고, 화해·미래지향적 관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관계의 근본이 돼야 한다"며 한국당 황 대표와 궤를 같이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일본으로부터 분명한 사과의 표현을 받아낸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선언'은 65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협력의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통령님의 집념 어린 노력의 결실이었다"라며 "정의당은 아베의 시대착오적인 도발을 단호히 막아내고, 대통령님이 일구어 놓으신 성과를 바탕으로 동북아평화를 약속하는 신(新)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심 대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청산을 주장하며 청와대에 '새로운 한일관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심 대표는 또 "김 전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제 도입과 4대 사회보험 완성으로 복지사회의 초석을 놓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를 신설하고,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합법화했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 민주인권국가의 기틀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추모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거대한 산맥"이라며 "앞으로 후세들은 100년, 1천년 대통령을 거대한 산맥, 큰 바위 얼굴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