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 위근우 (대중문화 평론가)
◇ 정관용> 금요일 저녁 우리 대중문화 이슈 짚어보는 백투더컬쳐 시간인데요. 오늘은 정치드라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정치드라마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보좌관, 또 60일 지정생존자, 아주 화제몰이에 성공한 그런 정치드라마들이 선보여서 지금 관심을 모으고 있죠. 이 이야기 나눠보죠.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그리고 위근우, 두 분 나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 위근우> 안녕하세요.
◆ 김선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보좌관은 끝났죠?
◆ 위근우> 보좌관은 끝이 났고 지금 말씀주신 60일 지정생존자도 거의 엔딩을 향해서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이거 시청률이 꽤 나왔어요, 어때요?
◆ 김선영> 보좌관은 시즌1이 5%를 넘기면서 종료가 됐고요. 내내 4%대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지정생존자도 지금 4% 후반대여서 반응이 나쁘지가 않습니다.
◇ 정관용> 나쁘지 않다 정도네요. 대박을 친 것까지는 아니네요.
◆ 위근우> 시청률로 봤을 때는 그렇고요. 그런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가령 보좌관 같은 경우는 JTBC,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 tvN이라고 하는 현재 가장 핫한 드라마 채널에서 방영이 됐다라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에는 시청률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 정관용> 화제몰이?
◆ 위근우> 나올 때마다 회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드라마에 대한 반응, 드라마 안에서 나왔었던 이슈에 대한 반응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진 편인 거죠.
◇ 정관용> 안 보신 분들도 많을 테니까 간략히만 좀, 보좌관은 어떤 드라마였었고. 60일 지정생존자는 어떤 드라마인지 소개 좀 해 주세요.
◆ 김선영> 보좌관은 최초로 보좌관들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라고 해서 화제가 됐죠.
◇ 정관용> 국회의원 보좌관.
◆ 김선영> 그렇죠. 그래서 주인공 이정재 씨가 연기하는 슈퍼보좌관. 굉장히 유능한 보좌관이죠. 장태준의 권력투쟁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분 말고도 다양한 보좌관들의 세계가 리얼하게 그려져서 화제가 됐고요. 그리고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에는 이제 미국 드라마.
◇ 정관용> 미국에서 있었던 드라마죠?
◆ 김선영> 그렇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미국에는 이 지정생존자라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딱히 이런 제도는 없고 유사시에 권력을 승계를 해서, 그 권한대행이 다음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까지 60일 동안 대통령직을 권한대행을 할 수 있어서, 거기에 한국적으로 각색을 해서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예요.
◇ 정관용> 그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다들 대통령 이하 여러 사람이 돌아가신 거예요?
◆ 위근우> 그렇죠. 국회에 폭발테러가 일어나면서 다 고인이 된, 그런 상황이 되면서 주인공인 박무진이라고 하는 환경부 장관, 전 환경부 장관에게 그 자리가 돌아가게 된 거죠.
◇ 정관용>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는, 두 달 동안.
◆ 위근우> 그 60일 동안.
◇ 정관용> 그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이고, 보좌관은 특정사건 이런 게 있는 건 아닙니까?
◆ 김선영> 보좌관들의 이야기를 직업적으로 리얼하게 다루면서도 장태준이라는 인물이 국회의원을 꿈꾸고 있어요.
◇ 정관용> 보좌관인데?
◆ 김선영> 그렇죠. 직접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음모와 술수를 가동하면서 생존해 나가는 생존투쟁기라고 할까요? 그런 이야기도 이제 다루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 정치판은 좀 좋게 그려집니까, 나쁘게 그려집니까?
◆ 김선영> 그러니까 이 드라마들이 최근에 호평을 받았던 이유가 기존의 정치드라마들이 정치판은 썩었어. 너무 저건 코미디야, 이렇게 혐오적인 발언을 할 때 이 드라마들은 정치를 선악의 문제로 구분하지 않고요. 다양한 가치관들이 충돌하는 세계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우리가 정치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요.
◆ 위근우> 아무래도 근대화된 정치 시스템 안에서 가치를 어떻게 시스템 안에서 실현을 시킬 것인가 많은 부분이 중요하게 나오는 거고요. 가령 보좌관에서 이정재 씨가 맡았던 장태준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유능하지만 혼자 유능하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되거나 혼자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나쁜 부분에서는 어떤 식으로 타협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본인의 능력으로서 이걸 해결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실제 정치판보다는 좀 더 극적이고.
◇ 정관용> 한마디로 권모술수, 이런 것들이 그려진다?
◆ 위근우> 한마디로 권모술수가 있는 거죠.
◇ 정관용>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에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정치드라마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표현했거든요. 맞나요? 제 기억에는 정치사극, 또 제5공화국 이런 드라마는 있었어요. 그것도 어찌 보면.
◆ 김선영> 사극이죠.
◇ 정관용> 사극이죠. 현대를 다뤘지만 사극이죠. 그냥 본격적 정치드라마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김선영> 최근에 이게 어떤 장르물로서 정치드라마라고 하는 것들이 등장을 하고 있는 거고요. 과거에는 주로 사극을 통해서, 주로 궁중사극이었잖아요. 왕과 대신들이 대립하는 이야기. 그래서 그 안에.
◇ 정관용> 그건 정치드라마가 아니에요. 그냥 사극이죠.
◆ 김선영> 그렇죠. 사극인데 궁중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주로 다뤄졌냐면 왕과 대신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권력투쟁. 그리고 왕을 통해서 어떤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담아낼 것인가. 이런 가치들을 추구하면서 이 드라마들이 또 이렇게 묘하게 선거 때마다 방영이 되면서 선거 때 우리가 과연 어떤 리더를.
◇ 정관용> 필요로 하는지.
◆ 김선영> 그런 동시대적인 관심을 은유적으로 담아내기는 했죠.
◇ 정관용> 그런데 미국이나 이런 데는 웨스트윙 같은 것도 있고 오래전부터 그런 정치드라마가 있어 왔는데 우리는 왜 없었을까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위근우> 그러니까 그건 그런 것 같아요. 분명히 이런 정치사극, 그러니까 정치철학을 담아낸 사극에서도 분명히 이 인물이 현실의 어떤 누군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집단이 어떤 정당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걸 우리가 알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사실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에는 권한대행 박무진이 속한 정당 그리고 테러로 고인이 된 대통령, 이상향을 갖고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지지율이 폭락한 대통령이라거나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굉장히 안보 중심적인 어떤 또 다른 정당 이런 걸 보면서 말은 그렇게 안 하지만 현실의 어떤 정당들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설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거죠. 얼마든지 우리가 왜 부정적으로 그려지냐라고 말을 할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이 많은 거죠.
◆ 김선영> 민감한 소재인 거죠. 요즘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지기도 했고요. 또 최근에 동시대적인 이슈를 드라마 안에 녹여내기에도 굉장히 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잖아요. 국정논란이라든지 촛불혁명이라든지 이런 드라마로 극적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그런 실제 사건들이 또 일어났기 때문에 작가들도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을 해서 극 속에 녹여내는 것 같고요.
또 정치가 더 이상 어떤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그만큼 들어왔다는 하나의 반증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요즘 최근의 정치드라마들을 보면 하나의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이 되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러니까 과거의 드라마가 단순히 권력투쟁의 이야기나 리더의 모습만 담아냈다면 지금은 우리 삶에 직결되는 치의 문제로 다루고 있거든요. 그만큼 드라마적인 관심사가 우리의 현실과 직결되면서 좀 더 넓어졌다고 할 수 있죠.
◇ 정관용> 과거에는 그리고 정치권의 눈치 보느라고.
◆ 김선영> 그렇죠. 가장 큰 이유죠. (웃음)
◇ 정관용> 방송사 측도 그냥 귀찮아, 편성하지 마. 작가들도 과감하게 도전하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그건 상황이 바뀌었다 이런 거겠죠.
◆ 김선영> 그렇죠.
◆ 위근우>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팟캐스트라거나 아니면 종편을 중심으로 한 썰전류의 이런 정치예능이라고 할까요. 정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지난 몇 년 동안 콘텐츠화 됐었다고 하는 그런 맥락도 우리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아까 특정 정치인을 오마주한 것 아니냐, 연상이 된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게 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될 정도까지는 아직은 아닌 거죠? 방송사가 누구 편 든다 이런 것까지는 아직 없는 거예요?
◆ 김선영> 보는 사람들 측에는 좀 그런 게 있기는 해요. 가령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에는 그 드라마 안에서 굉장히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돌아가신 대통령, 테러로 돌아가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오마주다, 이런 말이 있거든요. 좀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드라마가 아니냐, 편향된 작품이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기는 한데요.
◇ 정관용> 자유한국당에서 공식 논평 같은 건 안 나왔죠?
◆ 김선영> 나오면 우스워진다고 할까요? (웃음)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된다 이런 논리가 또 나오겠죠. 그런데 시청자들 사이에 그런 논란이 좀 일어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커다란 메시지는 이런 특정 정파를 떠나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정치를 통해서 어떻게 삶을 바꿔야 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되느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드라마 전체로 봐야 될 문제인 것 같아요.
◇ 정관용> 또 고성이나 몸싸움이 오고가는 몸싸움이 보좌관에 등장하면 사람들이 뉴스 보는 건지 드라마 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반응도 나왔다면서요. 그런 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위근우> 그런데 사실은 앞서서 그 질문해 주신 것처럼 정치판이 정말 썩었냐 이런 식의 그런 가정에서 보면 그런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준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을 하고 리얼리티라는 개념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운 게 많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보좌관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은 보좌관이라는 직업적 보좌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세한 디테일을 통해서 이런 국정에서 도움을 주는가였는데, 이건 장태준이라고 하는 정말 뛰어난 한 개인의 권모술수와 영웅서사에 가깝게 그려지는 면들이 있거든요. 사실은 그 수많은 어떤 타협의 순간들이나 이런 진짜 현실정치보다는, 좀 더 장태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승리하는가의 서사로 그려지는 부분이 분명 많이 있습니다. 60일 지정생존자 역시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 정관용> 드라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웅적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죠.
◆ 위근우> 그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판타지라고 하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 말하자면 시스템으로서의 정치라고 하는 것들을 배반하는 그런 순간들이 나올 수가 있는 거죠.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60일 지정생존자가 보좌관보다는 그래도 좀 더 그런 근대적 시스템을 절차적 합리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는 드라마가 아닐까 저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미국 정치드라마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윙 등등 그런 미국 정치드라마하고 한국 정치드라마를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 김선영> 사실 한국 정치드라마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웨스트윙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고 그 이후에 등장한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걸출한 정치스릴러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웨스트윙 같은 경우에는 실제 백악관 대통령과 참모들의 이야기, 그들의 직업적인 고뇌도 그리면서 기존의 정치드라마가 담아내지 못했던 현실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런 웨스트윙이 지금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드라마가 갖고 있는 좀 더 정치계를 리얼리티를 높여서 묘사하려는 그런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줬고요.
가령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에는 원작이 미국 드라마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우리나라로 옮겨오면서 굉장히 로컬라이징을 잘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게 미국에서는 지정생존자 제도 때문에 그냥 유사시에 테러가 일어날 경우 그냥 자연스럽게 권력을 승계 받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제한된 권력을 승계 받는 거잖아요, 60일 동안. 그래서 이 사람의 위치에 대해서 정책이라든지 결정을 내릴 때마다 거기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해석이 들어가요.
그래서 가령 이 사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정치라는 건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한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그 일들이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들을 보여주는. 그래서 이런 점들도 기존의 미국의 정치 장르물들에 영향을 받아서 그만큼 좀 더 발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거죠.
◇ 정관용>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 정치인은 이래야 돼, 라는 교훈적 내용도 들어간다?
◆ 위근우> 교훈이 있고 말하자면 그런 믿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절차적 합리성과 선의들이 모였을 때 실제로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 정치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우리가 고성이 오가고 이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쨌든 이 안에서 이러이러한 것이 모였을 때 어쨌든 세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는 어떤 희망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겠죠, 전망으로서.
◆ 김선영> 그리고 이게 단지 어떤 진영논리나 정파싸움으로 그려지는, 이상적인 정치인과 비열한 정적의 싸움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가치관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요즘의 시민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로 드라마가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 정관용> 앞으로 또 준비되고 있는 이런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 이런 것도 또 있다면서요? 위대한 쇼, 이런 게 곧 방영될 예정이라고 하던데.
◆ 김선영> 일단 보좌관이 11월달에 시즌2를 또 방영을 해요. 시즌1에서 장태준이 국회의원 출마를 하면서 끝이 났고요. 시즌2에서는 또 다른 정치인들과 장태준이 대결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특히 정치드라마 같은 경우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유행을 했기 때문에 지금 저희가 또 다가오지 않습니까?
◇ 정관용> 내년 총선 다가오니까.
◆ 김선영> 그래서 아마 또 다른 드라마들이 라인업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관용> 방금 제가 말한 위대한 쇼 그건 어떤 겁니까?
◆ 위근우> 위대한 쇼 같은 경우는 송승헌 씨가 떨어진 국회의원 역할로 나오는 건데 말하자면 되게 승승장구가 예정돼 있었던 젊고 잘생긴 정치인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어떻게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를 그리는 드라마인데. 그걸 쇼를 벌이는 이야기인데.
◇ 정관용> 이건 본격 정치드라마라고 보기에는...
◆ 위근우> 정치드라마보다 코미디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 얘기는 본격 정통 정치드라마뿐만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다양한 포맷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거 아닐까요?
◆ 위근우> 그렇죠. 앞서서 제가 팟캐스트와 종편의 정치 예능을 말씀드렸지만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말 현재 한국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좋은 의미로서는 정치에 당연히 관심이 많은 게 중요하고, 정치혐오를 벗어나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좋는데 나쁜 의미로는 뭐랄까, 다들 책사 노름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떻게 해야 승리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 정관용> 권모술수.
◆ 위근우> 그렇죠. 사실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 될 텐데 너무 다들 책사 노름에 빠진 것이 그런 것들이 지금 대개 잘 반영되어 있는 게 요즘의 정치드라마가 아닌가 합니다.
◇ 정관용> 알겠어요. 남성 위주 아니에요, 그런데 아직? 여성 정치인 등장 안 하죠, 아직?
◆ 위근우> 등장은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원작 드라마에서도 있는 캐릭터인데. 배종옥 씨가 윤찬경이라고 하는 야당의 대표 역할을 하는데 사실은 되게 좋은 캐릭터잖아요. 권한대행이 있고 거기에 대항하는 한쪽의 거대 세력이 있는데 사실은 그 부분에서 원작과 비교했을 때 윤찬경 캐릭터가 많이 작아요. 오히려 박무진이라고 하는 권한대행의 라이벌 역할을 하는 건 다른 군인 출신의 그런 젊고 매력적인 또 다른 남성 정치인이 맡거든요. 그러면서 여성 캐릭터들이 약간 많이 협소해지는 그런 경향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무진을 둘러싼 여러 남자 정치인들 혹은 남자 보좌진들과의 케미스트리는 굉장히 풍부한 것에 비해서 여성 캐릭터들은 약간 각개격파를 하는 그런 것들이 많다 보니까.
◇ 정관용> 그게 앞으로 넘어서야 할 한계 아닐까요?
◆ 김선영> 그게 사실은 현실 정치를 잘 반영한 점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웃음)
◇ 정관용> 왜 우리 탄핵당하기는 했지만 여성 대통령도 우리가 나왔다고 하는데. (웃음)
◆ 위근우> 그렇죠. 미국보다 먼저 나왔죠.
◆ 김선영> 그래서 현재 정치드라마가 조금 더 발전을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리얼리티에 신경을 썼다면 앞으로는 이 정치드라마가 어떻게 좀 더 진보적인 시대정신을 담아낼 것인가 이것까지 제작진이 고민을 해야된다고 봐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런 여성 캐릭터의 문제라든지 굉장히 정책을 다룰 때 나이브하게 접근하는 이런 것들도 좀 더 제작진이 고민을 해서 정말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위근우> 그 부분에서 최근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차별금지법을 다루거든요. 사실 지금 현재 우리 국가에서는 그게 발의가 안 되고 있는데 여기서 박무진이라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국민의 평등권인데 여기서 도대체 내가 뭘 더 증명을 해야 되냐, 이걸 하는 이유에 대해서.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하는 것에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논거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의 득표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리고 사실 이번 정권에 기대했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이 얘기가 안 나오고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드라마에서 이야기해 줬다라고 하는 것이 아마 김선영 씨가 얘기했었던 진보적인 의제, 진보정당의 의제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의제를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꼭 진보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요. 다만 정치드라마가 너무 논란을 피하려고 들면 재미도 떨어질 거예요.
◆ 위근우> 재미도 떨어지고.
◇ 정관용> 좀 더 과감하게 시대정신에 대한 자기주장을 담고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 위근우> 맞습니다. 시대정신인 거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런 드라마로 발전해 가야 되겠죠.
◆ 김선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오늘 정치드라마 얘기 나눠봤습니다. 김선영,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두 분 고맙습니다.
◆ 위근우> 감사합니다.
◆ 김선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