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7개 단체는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장애를 가진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치적 관심을 끄는 일에 장애인 비하를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앞서 황교안 대표와 하태경 의원은 각각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벙어리'에 비유해 문제가 됐다. 뒤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외눈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장애인 단체 측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단어들은 사회적 차별과 혐오를 조장해 오래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발언은 국회의 인권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자,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대표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인 송지은씨는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을 보고 아이가 혹여 말을 알아들었을까 봐 쳐다보게 됐다"며 "황 대표는 단순하게 다른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후벼 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이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대의원도 "황교안 대표의 비하 발언이 있고 얼마 안 지나 하태경 의원의 똑같은 발언이 있었다"며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장애인권수준이 이 정도인데 어떻게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인권위는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까지 출범시켰으면서 12월 진정이후 7개월 동안 한마디도 의견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과와 인권교육 등 시정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미애 활동가는 "장애인 비하발언이 심각한데도 국회 차원의 대책과 사과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문희상 국회의장도 같이 진정하려 한다"며 "진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2차 추가 진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9일에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