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홍콩 문제 언급에 발끈한 中 "내정간섭 말라"

홍콩 사태 둘러싼 미중 양측의 신경전 팽팽
트럼프 대통령 사흘 연속 홍콩 문제 언급
존 볼턴 보좌관 "미국 톈안먼 기억하고 있어"

(사진=연합뉴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정국에 대해 "중국과 홍콩 사이의 일"이라며 거리를 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홍콩 시위대와 만날 것을 권유하는 등 홍콩 관련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홍콩 사태의 해법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기존의 불간섭 원칙에서 태도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시 주석이 시위대와 직접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홍콩 문제에 대한 '해피 엔딩'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역시 트위터에 홍콩 사태와 관련해 시 주석에게 개인적인 만남을 갖자고 제안하는 듯한 글을 올린데 이어 사흘 연속 홍콩 관련 발언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물론 중국은 (무역) 협상을 타결짓고 싶어 한다.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며 "만약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만남?"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종전까지 홍콩 사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중순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진압을 규탄하지 않으며 홍콩 시위는 '내정'인 만큼, 미국이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트위터 등의 글에서 홍콩 사태를 '그들 사이의 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꺼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개인적인 만남?'이라는 불분명한 글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홍콩 문제와 관련해 단독 회동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홍콩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는 전망까지 덧붙여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화춘잉(華春英)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다. 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그들은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말한 대로 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반발에도 또다시 트윗을 통해 홍콩 관련 언급을 이어 나갔다. 다만 "시 주석이 시위대와 직접 개인적으로 만난다면.."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며 앞서 자신이 언급한 '개인적 만남?'이라는 표현이 자신과 시 주석의 만남이 아닌 시 주석과 시위대와의 만남을 의미한 것이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문제가 시 주석과 홍콩 시민들 간에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자신이 설정한 선을 넘지 않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자체가 이전에 비해 홍콩 문제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대중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톈안먼(天安門)까지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톈안먼 광장을 기억하고 있다"며 "홍콩에서 그와 같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도 중국의 '준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는 홍콩 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너무 미온적이라는 백악관과 국무부 내부의 격론 끝에 나온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고위 참모들이 홍콩 시위자들을 지지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거부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주변 참모들의 영향 때문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시위나선 홍콩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등이 홍콩 사태에 대해 간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중국은 연일 최고 수위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는 15일(현지시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 세력은 홍콩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폭력 행위를 공모해서는 안 된다.

상황을 오판해서 잘못된 길을 가면 그들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여러 정황상 해외 세력의 개입이나 선동이 없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어떤 국가도 홍콩의 내부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국 정객들이 홍콩의 극단 폭력분자들과 결탁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홍콩주재사무소의 셰펑은 홍콩국제법 포럼 개막연설에서 "홍콩반환협정은 중국과 영국 양자 간의 문건일 뿐이며 그 내용은 다른 나라와는 관련이 없다"며 "다른 국가나 조직은 이 협정을 구실로 홍콩에 간섭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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