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5년 남짓한 곳에서 일어난 연이은 사고에 주민들은 시공사 측에 제대로 된 원인 파악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하자보수기간이 끝났고 주민 과실로 인한 문제로 추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아파트에 사는 김정석(12)군은 지난 5월 집 화장실 세면대가 내려앉으면서 큰 부상을 입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려고 무심코 세면대를 짚은 순간, 세면대가 통째로 떨어져나가며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 사고로 김군은 가슴 부위와 양손을 100바늘 넘게 꿰매는 중상을 입었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김군의 집만이 아니다.
김군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승표(12)군의 집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군의 아버지는 "저는 화장실 입구에 있었는데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세면대가 내려앉아 부서졌고 아이의 배에서 막 피가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하군 역시 배 부위에 20여 바늘을 꿰매고 현재 치료 중이다.
이 아파트에서 세면대가 내려앉은 사고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드러난 것만 3건에 달한다.
사고가 잇따르자 아파트 내에서 전수조사를 했는데, 세면대가 파손되거나 금이 간 세대가 200여 세대나 됐고 14세대는 자체적으로 교체를 한 상태였다.
2014년 지어진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일이 '상식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대전에 있는 도기 전문 업체에 문의를 해봤는데 그곳에서도 '보통 도기는 철거하려고 망치로 해도 잘 안 깨지는데 이렇게 산산조각나는 것은 처음 본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공사는 하자보수기간이 끝났다는 입장과 함께 주민 과실로 인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보통 세면대를 사용하며 위에서 누르거나 발을 올려놓고 씻다 압력으로 부서지는 경우가 90% 이상"이라며 "도기의 고정핀 부분이 탈락됐다든지 하면 제품과 관련된 부분으로 접근을 하겠지만 도기만 깨진 것은 저희가 바라보는 시점으로는 외부 압력으로밖에는 생각이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여 세대의 균열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에서 인증 받은 제품을 사용했고 법적 하자보수기간은 3년"이라며 "만약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면 3년 안에 분명히 문제가 드러났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공사 측은 "약 1700세대 가운데 사고가 난 곳은 3세대이고 해당 세면대는 같은 시기 타 지역 3개 단지에도 납품됐지만 사고는 없었다"며 "다만 회사의 고객이고 다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도의적인 차원에서 사고가 난 세대에 대해서는 제품 교체나 방문 응대 등을 해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민들은 실제로는 시공사에서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고 말한다. 김군의 어머니는 "검사 의뢰를 한다며 깨진 세면대를 수거해갔지만 어디에 의뢰했는지도, 이후의 결과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 아파트에 어린 아이들과 초등학생 자녀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각 세대 세면대 밑에 지지대라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군의 아버지 역시 "자료로 쓴다고 서둘러 수거만 해갔다"며 "5년 정도밖에 안 된 아파트가 도기를 다 교체해야 될 정도면 문제가 있는 것인데 안 좋은 물건을 쓴 것은 아닌지, 어디서 만든 제품을 구매해 설치한 것인지 알려주기는커녕 하자기간이 지났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 안에서, 별안간 큰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원인도 모르고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는 상황.
자녀들의 상처를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찢어지고 주민들은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이 아파트에서는 주민들 자부담으로 세면대를 교체하기 위한 공동구매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