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들, 목놓아 자녀와 남편 이름 부르며 '통곡'
사망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원모(22)씨 유족은 거의 3시간 가까이 끊이지 않고 울음을 토해내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원씨 유족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4일 오후 4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차마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에서부터 숨이 넘어갈 듯 눈물을 흘리며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하루 아침에 형 변모씨(37)는 사망하고, 동생(34)은 전신마비 우려가 있을 정도로 크게 다친 두 형제의 가족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특히 사망한 변씨에게는 갓 돌을 지난 딸아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은 더하고 있다. 변씨 동생은 7시간의 긴 수술을 끝냈지만, 장기가 많이 손상된 상태며 앞으로 큰 수술이 예정돼 있다.
또 다른 사망자 함씨(34)의 아버지는 기자들 앞에서 "서희건설 측에서는 현장에 안전관리소장이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아이들이 어떻게 쓰러졌는지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관리 규칙이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유족들은 장례식장에서 자신들의 아이와 남편 이름을 절규하듯 부르고 또 부르며 가슴을 쳤다.
◇ '원청' 서희건설 사고발생 10시간 넘어 나타나
참담한 하루를 보내며 사고 원인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던 유족들은 정작 책임자인 원청업체 서희건설 측이 사고 발생 10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분통을 터뜨렸다.
서희건설 측과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직원들은 이날 오후 7시 5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서희건설 곽선기 대표는 이보다도 늦은 오후 11시 7분쯤 유족들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유족들은 "당신들의 가족이 사망했는데도 이렇게 늦게 모습을 드러낼 거냐"고 강하게 질타하며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집중 질문을 쏟아냈다.
서희건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추락 사고가 발생한 오전 8시 28분쯤보다 앞선 오전 8시 10분쯤 안전교육이 이뤄졌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된 시간까지 감안하면 근로자들은 불과 10여 분 만에 변을 당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유족들은 철거를 진행한 '마스트'의 볼트가 이미 풀려 있었기에 공사 시작 불과 몇 분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관련 전문가들은 "시설물을 조여주는 역할을 하는 볼트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 시설물들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근로자들을 덮쳤고, 추락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8월 14일. <속초 건설현장 추락사고 원인…'풀어진 볼트' 가능성>).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전에 관련 조치가 취해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서희건설 해명에도 유족 "아이 살려주세요" 눈물
서희건설 측에 따르면 '마스트' 해체작업을 할 때는 마스트 중간에서 케이블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경찰과 속초시 등에 따르면 운반기에 타고 있던 근로자 3명 중 2명이 사망했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나머지 사망자 1명은 운반기 밑에서 작업을 하다 깔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희건설 등은 현장관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희건설 곽선기 대표는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아직까지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사고 원인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현장에서는 안전관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추락사고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유족들 요청에 따라 15일 00시쯤 모두 연고지가 있는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했다.
한편 이번 사고에서 변을 당한 근로자들은 재하청 직원들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안전의 외주화'가 또 반복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