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검침원이 계량기를 확인하러 갔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 관리사무소에 신고하면서 비극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숨진 여성은 41살의 한 모씨. 한 씨는 2009년 탈북해 2년간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1년간은 기초생활수급지원을 받았지만 직장을 얻으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씨는 중국 국적의 남성과 결혼해 경남 통영으로 내려가 아들을 낳았고, 이후 남편과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이혼한 뒤 아들만 데리고 지난해 10월 다시 관악구 임대아파트로 전입했다. 남편과의 서류상 이혼은 지난 2월쯤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했던 40대 초반의 여성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서울에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숨진채 발견되면서 북한 이탈주민 지원.보호체계와 복지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7년전인 2014년 년 2월에 송파구에서 발생한 세모녀 자살 사건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여러 복지 대책을 발표하고 막대한 복지 예산을 투입했지만 '관악구 탈북 모자 아사 추정 사건'은 그간의 복지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들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소속 간부급 공무원은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사회복지관 같은 데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혀를 끌끌찼다.
서울시와 관해서도 "찾아가는 동사무소(찾동)를 만들고 복지통장제도를 운용한다고 하면서 요란을 떨었지만 결국 보여주기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찾동' 보도자료에서 "공공과 주민이 함께 지역문제를 발굴‧해결하고, 돌봄이 필요한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 돌봄과 취약계층에게 절실한 긴급복지를 한층 강화하겠다"면서 "72시간 내 시민을 찾아가는 맞춤형 돌봄서비스 지원 ‘돌봄SOS’ 시작"을 선포한 바 있다.
관할 관악구는 예상 범위 밖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일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이 신청을 해야하는 데 그 것도 이뤄지지 않았고, 주거 환경이 비교적 괜찮은 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판잣집이나 옥탑방 또는 지하월세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된 보호 대상인데다, 관악구만 해도 임대아파트가 8,270세대이다 보니 1:1 전담 관리가 사실상 힘들었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복지 사각 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앞으로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LH나 SH 공사 등과 체납 자료를 공유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이탈주민지원체계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원 퇴소자에 대해 주거, 일자리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주거지를 옮기거나 연락을 거부할 경우 관리를 지속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