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공항 시위대·경찰 한밤중 정면충돌, 경찰 시위대에 총까지 겨눠

13일 반송법 시위대 홍콩국제공항 점거 항공기 운항 중단
밤 11시쯤 경찰 진입 시위대와 난투극

홍콩공항 점령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제공)
13일(현지시간) 밤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있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에 진입하려는 경찰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대가 점령한 홍콩국제공항은 이틀 연속 공항 기능이 마비되며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등은 이날 밤 11시쯤 5대의 차량에 탑승한 홍콩 전경들이 홍콩 국제공항에 진입하면서 시위대와 난투극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공항 청사 입구 안쪽과 출국장에 카트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선 전경들과 맞섰다. 공항 안팎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이 속출했다. 격분한 시위대는 공항 건물 밖에 세워진 경찰차의 유리를 부수자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겨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오후 전날에 이어 다시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한 시위대가 한 중국인 남성을 중국 정부의 비밀요원이라며 붙잡아 폭행하면서 경찰의 공항 진입을 재촉했다. 일부 시위대는 이 남성의 손목을 케이블로 묶고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남성이 의식을 잃기도 했다. 남성은 언론과 접촉에서 자신이 선전(深圳)에서 왔으며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비밀요원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시위대는 이어 또 다른 중국인 남성을 구금했다. 메고 있던 배낭에서는 "나는 홍콩 경찰을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발견됐다. 이 남성이 웃으며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말하자 시위대가 물을 끼얹고 발로 차기도 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환구시보(環求時報)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 남성을 환구시보 인터넷 판에서 일하는 푸궈하오 기자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후부터 홍콩국제공항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백 명씩 나타나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시간이 지나자 수천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체크인 구역을 장악했으며 결국 공항의 체크인 업무를 마비시켰다. 결국 공항측은 이날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이후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이전까지 발권 절차를 마친 항공기는 예정대로 출발했지만 이후 항공편은 공항을 이륙하지 못했다. 다만 홍콩 공항에 착륙하려는 항공편의 진입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공항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홍콩 국제공항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으며, 모든 출발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홍콩의 항공기 출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천명의 발이 묶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을 비롯한 국적사 항공기들의 운항도 파행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전날 항공기 운항마비로 비행기를 놓친 승객들이 이날 일찍 공항에 나와 출국을 기다렸지만 다시 항공기 출발이 기약 없이 연기되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위대의 공항 점령이 계속되고 공항 기능이 일부 마비되자 캐세이퍼시픽이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키는 등 대부분 항공사와 공항 직원들이 공항을 떠났고 편의시설 종사자들도 귀가를 서둘렀다. 공항측은 공항 이용객들에게도 "가능한 한 빨리 공항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전날에도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항공기의 이착륙이 통제돼 취소된 항공편만 300여편을 넘어섰다. 공항점거 시위는 지난 11일 홍콩 전역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 여성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얼굴을 직격으로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기획됐다. 시위대는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홍콩국제공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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