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 황교안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 '투톱' 불화설 등 때문에 친박계가 유임을 원치 않는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출마를 바라는 비박계 일각에서도 "원칙대로 12월에 원내경선을 치르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에게 깜짝 러브콜을 보내며 '보수통합' 마중물 역할을 자임했다. 보수통합의 시점이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총선 전까지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로선 통합을 주도할 경우 역할의 필요성을 공식 임기 이후로까지 이어갈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선출된 나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비박‧잔류파인 나 원내대표가 비박‧탈당파인 김학용 의원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것 자체가 고질적인 계파 갈등의 재발을 우려하는 당내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때문에 나 원내대표의 임기 1년이 만료된 이후, 내년 4월 총선까지 약 5개월 임기 연장을 위한 의총 추인도 무난해 보였다.
문제는 2‧27 전당대회에서 당 수장으로 선출된 황교안 대표와 나 원내대표 이른바 '투톱' 간 신경전이 불거지면서 발생했다. 황 대표는 보수진영 유력 대선주자로 당 대표 자리를 꿰찼지만, 사실상 입법부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4선의 나 원내대표와 종종 비교 대상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 5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로 촉발된 장외투쟁 과정에서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외 연설 중 투톱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투톱이 문재인 정권과 싸우는 게 아니라 내부 경쟁에 몰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연일 북한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나 원내대표는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과거 개인 친분이 있기에 청와대 인사들보다도 앞서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는 사실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지소미아(GSOMIA)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민감한 현안이 논의된 점을 고려하면 제1야당 대표인 황 대표가 난처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문제를 놓고 당헌‧당규상 원칙대로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 측에서 당 대표를 경쟁 상대로 삼는 듯한 나 원내대표의 움직임이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추인 대신 당내 경선으로 방향을 트는 데 무게를 실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겹쳐 당내 친박계 의원들 중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후보군들도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A의원(3선)과 B의원(3선), PK 지역 C의원(4선), TK 지역 D의원(3선) 등이 자의반 타의반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통상 총선을 목전에 앞두고 지역구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직을 맡을 경우, 부담이 가중돼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대신 공천 탈락이 유력한 중진의원들 입장에선 원내대표로 당선될 경우,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카드일 수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투톱 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면서 결국은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포기해야 정리가 될 거란 소문이 있다"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의원들 대부분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유승민' 카드를 꺼내들어 보수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유 전 대표와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개 러브콜을 던졌다. 앞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유 전 대표와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해당 발언 전에 황 대표와 유 전 대표 등과 사전 교감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원내대표에 대한 추인 여부에 대한 당내 여론을 알 수 없어 아직 후보군들이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긴 힘들 것"이라며 "어쨌든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지금 쓸 수 있는 좋은 카드를 쓴 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