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고법 형사10부(박형준 부장판사)는 이 상임고문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만 축소해 적용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그러한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일부 증거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된 증거들은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강압된 상태에서 작성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 이후 이 상임고문은 "45년 만에 무죄가 되니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념을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1973년 서울 영등포 장훈고 교사로 재직하던 이 상임고문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유신헌법 반대 시위를 벌인 배후로 지목됐다. 당시 검찰은 이 상임고문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하다 증거가 나오지 않자 북한 사회과학원이 발행한 철학서 등을 찾아내 불온서적을 타인에게 교부한 반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상임고문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가 1974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2014년에서야 "중앙정보부가 영장 없이 불법 구금을 하고 가혹행위를 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재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이적 표현물 취득이나 교부에 관한 인식과 이적 목적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구형한 바 있다.
앞서 이 상임고문은 1976년 인권탄압을 고발하는 단막극을 연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진행했다. 2013년 법원은 해당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