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심승규(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 교수)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매 운동. 줄어들기는커녕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거센 불매 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화장품 브랜드죠. DHC가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한국은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다. 한글의 완성은 일본이 했다." 이런 식의 망언을 쏟아냈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결국 지금의 불매 운동이 우리 국민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일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이건 우리가 예상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경제학자가 조언을 보내왔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 국제정치경제학부 심승규 교수입니다. 심승규 교수님, 안녕하세요?
◆ 심승규>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불매 운동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현지에서?
◆ 심승규> 일단 이번 한일 간 사태 전반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들은 한마디로 이제 무관심합니다. 그저 한일 양국 정부 간에 정치적, 외교적 분쟁이 또 시작됐나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예를 들어 반아베 성향의 일본 국민들은 저 총리 또 왜 저러나. 그러고 친아베 성향의 일본 국민들은 한국은 또 왜 저러나. 이런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 어떤 일본 차를 부순다든가 그런 반이성적이고 폭력적인 행태의 불매 운동이 일본 언론에 보도가 되면 약간은 불편해하는 기색들도 이렇게 좀 감지가 되는 정도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불매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는 알아요?
◆ 심승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무관심하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큰 타격이 되고 있지는 않다, 이 말씀이신 거죠?
◆ 심승규> 어떤 경제적인 타격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 김현정> 사실 이건 우리도 알고 시작한 거예요. 어떤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시작했다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분노를 표출하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뭔가 해 보자 해서 시작한 게 이 불매 운동이었는데. 교수님, 그러면 현지에 계시는 교수로서 지금 불매 운동이 무소용이다, 무쓸모다. 그런 말씀은 아니신 거죠?
◆ 심승규>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오히려 전략적으로 이제 불매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매 운동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고 행해지냐를 생각해 보면 일본 경제에 전반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불매 운동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그다음에 또 하나는 아베 내각에 정치적 타격을 주고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그런 형태의 불매 운동을 생각을 해 볼 수 있는데요.
전자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불매 운동은 그렇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일본의 수출 산업이라는 것이 소비재 중심이 아니고 부품, 소재 사업이나 특허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불매 운동을 한다고 하면 천상 소비재 쪽에 치중이 될 텐데요. 그렇게 되면 큰 타격을 주기도 어렵고 이런 것 때문에 산케이 전 지국장이 불매 운동을 할 거면 일본 부품이 많이 들어가 있는 갤럭시 핸드폰부터, 스마트폰부터 불매 운동을 하라는 그런 비아냥거림도 나왔고요.
사실은 이게 전쟁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은 최종적으로는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되는 문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가서는 양국 정부. 어떤 정부가 먼저 했든지 간에 양국 정부가 출구 전략을 구사를 하고 대화와 화해 모드로 나가려고 할 텐데요. 그럴 때 아베 내각에 정치적 타격을 주고 이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을 한다면 지금 불매 운동이 저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거고 우리 국민이 어떤 강한 불매 운동을 통해서 아베 내각을 압박을 한다면 그쪽에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려는 타이밍, 출구 전략을 구사하는 타이밍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실질적인 경제 타격이라기보다는 어떤 정치적인 압박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 그래서 이제 불매 운동은 필요하다라는 데 지지를 하셨는데, 그런데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라고 제안을 하나 하셨어요?
◆ 심승규> 불매 운동의 목적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냐. 아니면 일본 아베 내각에 정치적 타격을 줄 것이냐. 이렇게 2개를 나눴을 때 전방위적으로 그냥 일본 경제 전반적으로 타격을 주겠다는 그런 무차별한 불매 운동보다는 전범 기업 관련 제품이라든가 아니면 구설수에 오른 유니클로라든가 아니면 최근에 문제가 된 DHC 화장품같이 명분이 아주 뚜렷한 타깃들을 설정해서 핀셋 퇴출 운동을 벌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핀셋 불매 운동. 핀셋 불매 운동을 넘어서 퇴출 운동이라고 하셨어요?
◆ 심승규> 핀셋 퇴치 운동이 저는 더. 그러니까 소위 나는 한 놈만 팬다는 전략으로 소수의 타깃을 설정해서 아예 퇴출이 되도록.
◇ 김현정> 퇴출될 때까지. 아예 한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할 때까지 운동을 한다.
◆ 심승규> 철수를 하거나 아니면 아베 내각이 포기하고 대화에 나올 때까지.
◇ 김현정> 지금 방송용으로 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 많이들 흔히들 시중에서 쓰는 비유가 한 사람만 잡아서 팬다, 한 놈만 팬다. 지금 그 말을 쓰셨어요. 그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시는 이유는 뭡니까?
◆ 심승규> 그러니까 일본 극우 성향의 언론들이 한국에서 불매 운동을 성공한 적이 없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러면 불매 운동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확실한 족적을 남겨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 김현정> 족적, 기록을 남겨야 한다.
◆ 심승규> 예를 들어서 사드 논란 당시에 사드에 골프장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가 중국에서 완전히 퇴출을 당했듯이 우리도 이번 기회에 하나라도 확실하게 퇴출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베 내각뿐만 아니라 다른 극우 성향의 일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에게도 한국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분명한 아주 경고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불매 운동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러니까 이런 행동을 할 경우에는 이렇게까지 퇴출이 된다라는 기록, 족적이 남는 것이 중요하다. 본보기가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러니까 이번에 우리나라를 비하하고 조롱한 일본 방송 DHC라는 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방송국인 게 알려지면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SNS에서 잘 가요 DHC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게 어떤 그런 한 예가 될 수 있겠군요, 핀셋 퇴출 운동의. 불매 운동의 어떤 방향.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교수의 조언을 우리가 듣고 있는데.
심승규 교수님, 국제정치경제학부시죠? 이 질문도 하나 드리겠습니다. 어제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일본 관계 당국자들이 우리가 WTO를 위반한 거다라고 주장하고 나섰어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인데 이거 어떻게 바라보세요?
◆ 심승규> 글쎄, 일본 관료들은 외교관들도 그렇고 관료들은 7월 4일 조치부터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까지 그런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한편으로는 대응 조치나 보복 조치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슬쩍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 성격의 조치였다고 슬쩍 흘립니다. 결국 보복 성격이 있지만 보복 조치는 아니다. 이거는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랑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런데 이런 국가들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약간은 같은 방식으로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상대가 뻔뻔하게 나올 때는 우리도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국제 외교에서.
◆ 심승규> 그렇죠. 그리고 말장난 같지 않은 말장난을 이렇게 할 경우 우리도 마찬가지로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너무 직설적으로 우리의 조치를 맞대응 조치다 내지는 보복 조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가 이제 자칫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쪽에서는 보복 조치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계속 우기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당신들에 대한 맞대응 조치요라고 나오면 안 된다. 우리도 좀 뻔뻔하게 나와야 된다.
◆ 심승규> 그렇습니다. 어제 사토 외무부 대신이 일본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대항 조치라면 이게 WTO 룰의 위반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덧붙여서 이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거라고 한국의 조치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국은 꼬투리를 잡겠다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오히려 우리를 WTO에 역제소할 가능성이 지금 얘기되고 있더라고요.
◆ 심승규> 그러니까 우리도 맞대응 조치가 아니고 일본이 어떤 수출 관리가 부실했고 그다음에 한일 간에 상호 신뢰가 손상된 만큼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겠다. 이런 식으로 좀 약간은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그들의 논리로 그대로 맞받아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이 우리도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고 저희가 며칠 동안 정부 관계자들하고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들 비슷한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우리도 취할 거다. 그런 말씀을 하셨고 일본이 진짜로 WTO에다 우리를 역제소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까?
◆ 심승규>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일본 입장에서 카드를 이렇게 모으면서 우리 정부를 약간 길들이기 하면서 간보기를 하고 있다. 이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WTO까지 가져갈 그런 무모함.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하도 무모하게 굴어서 모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무모하게 할까요? 누가 봐도 이건 일본이 먼저 시비를 건 건데.
◆ 심승규> 그런 거보다도 WTO에 가서 뭔가 결정이 되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걸 WTO에 가져가서 해결할 만큼 그렇게 오래 끌고 갈 것인지. 그러기 전에 양국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될 거고 그걸 위해서라도 우리가 좀 퇴출 운동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 심승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일본에 있는 학자세요. 아오야마 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의 심승규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