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 : "(해방 이후) 한반도 남쪽에 제대로 된 나라를 하나 세워서 앞장세워서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같이 싸우자 그런 국가로 지금 (한국을) 만들기 중이거든, 일본이. 오직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어떻게 타격을 줄 것인가, 그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괜히 쓸데없는 반일 민족주의, 그런 거 할 필요 없어요."
# C : "그 진술 속에서 믿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밥을 조금 줬다' 그런데 일본인들하고 똑같이 줬어요. 일본인들하고 (밥을) 똑같이 주는데 한국인들은 많이 먹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팠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팠다' 그건 맞는 이야기예요."
위 발언들을 한 A, B, C 세 사람 중 누가 일본인이고, 누가 한국인일까.
D는 "(식민지배 기간) 징병이 실시된 것은 '우리는 일본인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희망해서 다들 온 거예요. 일하러 강제로 끌려왔다는 게 아니에요. 위안부는 만들어낸 이야기예요. 이른바 '매춘부'예요. 돈을 받았어요. 돈거래를 했어요"라고 말했다. D는 최대 우익 결사체 '일본회의'가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의 한 대형 강연장에서 진행한 '8.6 평화회의 강연회'에 참석한 일본인 오키타 씨다.
A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로 지난 7월 18일 대구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에서의 발언이고, B는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가 역시 지난 7월 17일 서울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에서 한 발언이다. C는 지난 7월 2일 유엔(UN) 학술대회에서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았다고 말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이다. A, B, C 모두 '한국인'이다.
지난 12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침략역사 지우는 21세기 신친일파' 편에서는 일본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 내 움직임을 '반일 종족주의'라 말하는 이른바 '신(新) 친일파'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들의 발언에서 보듯이 일본 우익의 주장과 판박이라 할 정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선 책 '반일 종족주의'(저자 이영훈·김낙년·이우연·정안기·주익종·김용삼)에는 "저는 위안부제를 일본군의 전쟁범죄라는 인식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죽 설명해 온 대로 그것은 당시의 제도와 문화인 공창제의 일부였습니다", "다시 말해 위안부 생활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선택과 의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등의 주장이 담겨 있다. 또한 해당 책에서는 '강제징용'은 '허구'라고 하는 등 일제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주장이 등장한다.
책 발간과 함께 전국에서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책이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이 소개한 북 콘서트에서 나온 발언은 다음과 같다.
"(해방 이후) 한반도 남쪽에 제대로 된 나라를 하나 세워서 앞장세워서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같이 싸우자 그런 국가로 지금 (한국을) 만들기 중이거든, 일본이. 오직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어떻게 타격을 줄 것인가, 그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괜히 쓸데없는 반일 민족주의, 그런 거 할 필요 없어요."(이영훈 전 교수의 은사로 소개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7월 17일 서울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이영훈 교수님의 '반일 종족주의' 책을 읽고 그걸로 무장한 전사가 돼서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7월 17일 서울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책 '반일 종족주의') 이게 100만 권이 팔려 가지고 전 국민이 정말 우리 눈을 뜨고 이 한일 문제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다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7월 17일 서울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이영훈 교수님은 제가 신문사 논설실장을 할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라고 저는 판단해서 (북 콘서트)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토착대구' 여러분들한테 인사를 드리러 왔던 겁니다. 잘 봐달라고요. 와서 보니까 '토착왜구'가 너무 많아요. 사실은 제가 '토착왜구'입니다."(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7월 18일 대구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대법원 판사들이 내린 판결문을 여러분 보시게 되면 전부 다 반일 종족주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겁니다, 여러분들. 정상적인 교육을, 법률교육을 받은 법관들이,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법관들이 썼다고 볼 수 없는 판결문이라고…."(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7월 17일 서울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광주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지금 볼펜 재료에 일본 제품이 들어있다고 그래서 볼펜을 깨드리기, 그런 쇼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하필 또 집에 가서는 닌텐도(게임)를 하는 거죠. 그럴 겁니다."(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7월 19일 부산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위안부 문제가) 아무 얘기 없다가 갑자기 90년대에 튀어나오는가, 근데 보니까 그런 게 없었다는 거죠.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전승이 안 된 건데 이게 뻥튀기가 되고 부풀려졌는데 참 큰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유도라고 그럴까, 그쪽에 자꾸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 거 아닌가. (중략) 이분들은 일본하고 이게 타결이 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끝까지 가야지 자기들이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안 되고, 타결도 안 되고 그냥 탈레반이죠, 탈레반. 근본주의자들, 원리주의자. 끝까지 그냥 반일을 극단적으로 가서 나라가 망가지든지 말든, 국익을 해치든지 말든, 끝까지 가서 그냥 부딪혀서."(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7월 19일 부산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책의 공동저자부터 학자, 정치인 등 각자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도 '반일 종족주의'를 외치며 역사를 왜곡하는 데 함께한다. 일본 경제보복 이후 국내에서 부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폄하하는 주장도 내놓는다. 한국 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동시에 일본의 극우 세력의 발언이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두고 '스트레이트'는 '신(新) 친일파'라 정의했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이 북 콘서트 때 패널로서 했던 발언에 관해 묻자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거… 지금 안 할래요. 민감해서"라며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대답을 거부했다. 그는 계속되는 질문에 "그만하시자고요"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닫고 이 교수는 "그 영상으로 끝내고 그냥 추가 취재는 하지 마시고. 방송을 타면 더 민감해지니까…"라고 답변했다.
책 '반일 종족주의'에서 일본의 쌀 수탈을 정상적 거래인 '수출'이라며 역사 왜곡 주장으로 논란이 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재진이 '자료에 매몰된 채 왜곡된 주장을 하고 계신 거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왜곡된 질문을 하고 있으니까. 왜곡된 질문을 하고 있잖아요"라며 "제대로 공부하고 오라니까"라는 말만 남긴 채 택시를 타고 떠났다.
지난 7월 2일 유엔(UN) 학술대회에서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았다고 말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조선인 피해자들의 증언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취재진에게 "그분들이(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과연 증언이라고 하는 게 100% 믿을 수 있는가, 이것도 한 번 검토하시고"라며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는다.
"그 진술 속에서 믿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밥을 조금 줬다' 그런데 일본인들하고 똑같이 줬어요. 일본인들하고 (밥을) 똑같이 주는데 한국인들은 많이 먹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팠어요. 그러니까 '배가 고팠다' 그건 맞는 이야기예요."
일본의 언론은 이 연구위원이 일본 국회 보고회에 참석해 '한국에서 합리적인 시민들과 힘을 합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하고 싶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 폭행 논란까지 불거진 '반일 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교수는 취재진이 지난 2004년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공개 사과한 것은 진심이었는지 묻자 "15년 만에 사람이 얼마나 바뀔 수 있어. 내 연구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어. 어? 당신은 15년 전 사람하고 똑같은 사람이야?"라며 15년 사이 입장 등이 바뀌었냐고 묻자 "내 책을 안 읽었다는 증거잖아. 그 안에 다 설명이 돼 있어. 그 안에 다 설명이 돼 있다고. 어?"라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지난 2004년 9월 2일 '과거사 진상 규명 논란'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를 '성매매'와 연결 짓는 망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방송 이후 논란이 거세자 이영훈 교수는 2004년 9월 6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 방문해 "이번에 본의 아니게 MBC 방송 토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인해 할머니들의 인격을 비하한 발언이 나오게 됐다"라며 "내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토론회 당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거듭 사과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이 교수는 "내가 한 발언은 일제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고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는 문제의식 위에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는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적 고통에 동참하고자 한다"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머님들은 "진솔한 사과가 없다"라며 이 교수를 돌려보냈다.
당시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적 고통에 동참하고자 한다"라고 했던 이영훈 전 교수는 2019년, 친일 논란이 불거진 지금, 자신이 2004년 당시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그래서 내가 지금 나는 나대로 과거사 청산을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답변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말하면서도 객관적 근거 없이 역사 왜곡 주장을 하는 이들에 대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패망하고 난 이후에 자신들이 국제사회 속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반인권적이거나 반인륜적이거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폐기하거나 자연히 숨기려고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지금 일본이 보여주는 자료만 가지고 해석을 하려 하는데, 문제는 그거 가지고 피해를 보신 분들이 생존을 하는 것까지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게 설득력을 못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