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는 15만원 전대료는 260만원"…기형적 돈벌이 성행

[기획] '탈법 온상' 인천지하상가…정상화 가로막는 지방의회
① 사유화된 공공재산, 인천지하상가

인천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17년째 공공재산인 지하상가 점포의 전대와 양도·양수를 조례로 허용하면서 사유화와 높은 임대료 상승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임대 점포주들의 강력 반발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도 정상화를 가로막는 분위기다. CBS 노컷뉴스는 인천 지하상가의 기형적 성장 과정과 문제점 등을 3차례에 걸쳐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유화된 공공재산, 인천지하상가
② 인천지하상가 '기형적 돈벌이' 인천시가 자초
③ 인천지하상가 정상화 가로막는 시의회


인천 주안역 지하상가
"세입자들을 사람 취급도 안하고 막 부리다가 법이 바뀌어 점포를 뺏기게 생겼으니 같이 싸우자고 하면 어느 세입자가 거기에 동참하겠습니까?"

인천의 한 지하상가에서 16년째 장사를 하는 김신범(가명)씨는 요즘 생업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다. 너무 비싼 임대료 때문에 가게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가 10㎡ 남짓한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점포주에게 내는 월세는 260만원이다. 연 3120만원으로 중소기업 사원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김씨에게 가게를 빌려 준 점포주가 이 점포의 실제 주인인 인천시에 내는 임대료는 연 15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김씨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월세를 감당할 정도였지만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조금씩 오르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김씨가 지난해까지 15년간 운영했던 가게는 지하상가의 몫좋은 곳에 속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근 70여개 점포를 한 사람이 갖게 되면서 상권이 무너졌다. 해당 점포주가 상권에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점포를 임대했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의 점포가 연이어 위치하게 된 것이다. 매출은 반토막 났지만 점포주는 월세 인상을 요구했고 결국 김씨는 지난해 가게를 옮겼다.

김씨를 포함한 일부 상인들이 지난해 점포주들에게 제발 월세를 내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이를 받아들인 점포주는 소수에 불과했다. 일부 점포주는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점포에서 나가라"며 상인들을 내쫓다시피 내보냈다. 상인이 나간 점포는 또 다른 상인들로 채워졌다.

김씨처럼 높은 월세로 고민하는 지하상가 상인은 인천에서 2600여명에 이른다. 인천지역 지하상가 점포들의 재임대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국 유일의 점포 양도·양수, 전대를 허용한 지하상가

인천시는 2002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행정재산인 지하상가 점포를 양도·양수, 재임대(전대)할 수 있도록 조례로 허용하고 있다. 김씨에게 가게를 빌려준 점포주도 실은 인천시로부터 점포를 임대받은 임대인이다.

점포의 재임대를 허용하면서 인천시 소유 공공재산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문제가 불거졌고 이러한 문제가 17년째 방치되고 있다. 점포를 빌린 점주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를 다시 임차해 많게는 공식 임차료의 10배가 넘는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장기화되자 최근 감사원은 인천 지하상가 전체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조사 결과 현재 부평역과 동인천역 등 인천 15개 지하상가 3579개 점포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2653곳이 재임대 점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 부평역 지하도 상가 (사진=연합뉴스)
◇ '점포 매매' 같은 '점포 재임대'…기형적 돈벌이 시장 형성

특히 점포가 가장 많은 부평역 지하상가의 경우 전체 421개 점포 가운데 95%에 해당하는 398개가 재임대 점포였다. 점포 임차권 양도·양수시 권리금도 평균 4억3763만원에 달했다. 사실상 점포 매매 성격의 '기형적 돈벌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임차권 양도·양수가 연평균 181건 이뤄져 연간 45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점포주들이 얻고 있다고 감사원은 추정했다.

점포주의 재임대에 따른 임대수익이 인천시에 내는 임대료의 12배를 넘는 곳도 있었다. 시에 점포 임대료로 1년에 100만원을 내면 실제 장사하는 상인은 점포주에게 1200만원을 내는 꼴이다. 신포지하상가는 시가 받는 임대료의 12.3배, 부평역은 12.2배, 중앙로와 새동인천은 각 8.5배와 8.3배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었다

지하상가 점포가 사유재산은 아니지만 사실상 점포 매매와 같은 형태로 임차권 양도·양수가 이뤄지면서 탈세 문제도 불거졌다. 인천지방국세청이 인천 지역 전체 지하상가를 대상으로 부가세·소득세 미신고 사례를 확인해 1700여곳을 적발했다.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전대)하거나 양도하면서 수입이 발생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는 각각 2억 2000만원과 4억 4000만원에 이른다.

◇ 조례 개정 추진하는 인천시…반발하는 점포주들

감사원은 인천 지하상가를 일부 점포주들이 사유화하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크고, 이를 보장해 준 인천시의 조례안이 상위 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어기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적법하게 고칠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는 지하상가 임차권의 전대 등을 허용하던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이달 중 전면 개정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운영권의 공개입찰, 재임대(전대)·재매매(전매) 금지, 임대료 인상, 관리·운영에 대한 인천시의 조사권 확보' 등의 내용이 담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수입원을 잃을 위기에 놓인 점포주들은 "조례에 따라 점포 재임대, 재매매를 했는데 이제와서 인천시가 불법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02년 제정된 시의 조례 내용대로 17년간 큰 비용을 부담해 상가를 개보수하고 지역상권의 발전을 이뤄내 인정받은 권리를 갑자기 빼앗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공의 재산인 지하상가가 사유화돼 새롭게 지하상가로 진출하고 싶은 상인들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며 "행정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피해를 입는 상인들이 많아 조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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