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 윤정주 위원께서 여성과 소수자 등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오셨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습니다"라면서도 "그분께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일하실 때의 결정들은 사뭇 다릅니다"라고 썼다.
이어, "저와 관련된 결정뿐만 아니라, 저와 연결점이 없는 방송들에 있어서도 이재명 지사가 관련되어 있으면 편파적인 결정을 해 왔습니다"라며 "저는 이러한 행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적 지위를 사적 욕구 충족에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었고, 그분의 훌륭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공직과는 부합하지 않는 분이라 생각해 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故 윤정주 위원에 대한 본인의 판단은 수정하지 않았고, 다만 "제가 제 생각을 씀에 있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고 제 생각의 편린만을 기술한 것은 잘못"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새로 출범하는 한상혁 체제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 글을 쓰면서 고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어떤 편파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재명 지사와 관련되어 있으면 편파적인 결정을 해 왔다"는 주장뿐이었다.
이 변호사는 '궁찾사'(혜경궁 김씨 찾기 국민소송단) 법률대리인을 맡아, '혜경궁 김씨'(@08__hkkim) 계정주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지난달 10월 tbs TV '이정렬의 품격시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하하는 뜻의 저속한 용어를 썼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 '주의'(벌점 1점)를 받았다.
故 윤정주 위원은 20여 년 동안 성평등한 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여성·언론운동을 해 왔고, 지난 2011년부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으로 활동해 왔다. 2018년 방심위원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방송에 등장한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비하 및 혐오성 내용을 지적하고 시정하는 데 힘썼다.
고인은 지난해 1월 방송된 SBS '리턴'에서 피가 흥건한 살인 현장과 유리컵으로 여성의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 및 여성을 '변기'로 묘사하는 대사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시청등급 조정'을 주장한 바 있다. 윤 위원은 심의 당시 "어린 청소년들도 드라마를 보고 남녀 관계를 배우는 만큼 (시청등급 조정) 논의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MC들이 '기봉이 인사해 달라'고 해 신현준이 지적장애인 마라톤 선수인 엄기봉 씨를 따라 한 장면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제작진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당사자인 사람들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KBS2 '끝까지 사랑'에서 미투 운동을 비하하는 "'미투'라도 하든가"라는 대사가 나왔을 때도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했다. 윤 위원은 당시 "방송사가 인권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올해 3월 29일 MBC 스포츠+에서 외국인 여성 치어리더 외모를 품평하는 내용이 나오자, 이를 가장 강도 높게 지적한 이도 윤 위원이었다. 윤 위원은 "스포츠 중계방송을 하면서 비일비재하게 캐스터나 해설자들이 여성 치어리더나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라며 "질 낮은 해설을 하는 것 자체는 지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49세. 빈소는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11일 오전 7시,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
다음은 이정렬 변호사 트윗 전문.
제가 어젯밤에 트위터에 올린 글로 인해 여러 분들로부터 충고와 조언을 받았습니다.
우선 귀한 시간을 내어 말씀을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제 그 글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 같습니다.
고 윤정주 위원께서 여성과 소수자 등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오셨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감히 그분께 견줄 것은 아니지만,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려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분께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일하실 때의 결정들은 사뭇 다릅니다.
저와 관련된 결정뿐만 아니라, 저와 연결점이 없는 방송들에 있어서도 이재명 지사가 관련되어 있으면 편파적인 결정을 해 왔습니다.
이에 그분이 방송통신심의위원직을 그만두게 된 것은 공직의 염결성 유지라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만두시게 된 사유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임 사유가 작고로 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임과 관련된 소회만을 적는 것은 고인에 대한 그야말로 모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한 이유로 본인상이 안타깝다는 내용까지 적었습니다.
저는 법에 배우면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소중한 생명이 그 존재를 상실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와 생각이 다르실 수도 있지만, 저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은 분에 대해서도 마음 아프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다만, 제가 제 생각을 씀에 있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고 제 생각의 편린만을 기술한 것은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분께서 해 오셨던 약자들을 위한 업적은 충분히 평가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울러 새로 출범하게 되는 한상혁 체제하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조언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그리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