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
일본의 경제 도발, 우리 한국인 전문가들 이야기는 계속 들어왔고 또 일본인 이야기도 우리가 들어봤고요. 일본에 사는 재일 교포 언론인 얘기도 들어봤습니다만 정작 한일 당사자가 아닌 제3국들 눈에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지 그게 궁금합니다. 그래서 모셨습니다. 저명한 한국 학자시죠. 한국에 대한 통찰이 아주 뛰어난 분입니다. 오슬로대학교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 4개월 만에 다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박노자> 감사합니다.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언제 오셨어요, 한국에 다시?
◆ 박노자> 4일 전이요. 4일 전에 왔는데 요즘은 뭐 마트부터 목욕탕까지 어디 가도 다 아베, 아베 소리밖에 안 들려서 한국에 와서… (웃음)
◇ 김현정> (웃음) 여기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왜 다 아베 얘기만 하나.
◆ 박노자> 그러게요. 한국에도 골칫거리 많은데 일본의 골칫거리까지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 박노자> 아베죠, 아베국이 된 거죠. (웃음)
◇ 김현정> 우리가 정말 4개월 전에 만날 때만 해도 이런 이슈로 이야기를 다시 나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지금 일본이 하는 이 수출 보복 조치, 행태. 어떻게 보고 계세요?
◆ 박노자> 그러니까 크게 봐서는 이거는 한마디로, 정치가 경제를 압도한 국면입니다. 이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 김현정> 대단히 위험한. 정치가 경제를 압도했어요.
◆ 박노자> 그건 사실은 아주 위험한 거죠. 왜냐하면 일본이 45년 이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면 경제 위주로. 일본이 경제 본위로 커온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 문제를 일단 미국에 맡기고 경제 위주로 이렇게 커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어디로 돌아왔는가 하면 말하자면 30년대 같은 시대로 돌아온 겁니다. 30년대 일본에서는 정치가 경제보다 우선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 본토 침략이나 대미 도발, 진주만 공격. 그거 경제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그거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많았죠.
◇ 김현정> 그렇죠.
◆ 박노자> 그래도 했던 것이 정치가 경제보다 우선이었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일본 제국주의가 모든 걸 압도하던 그때 아니에요, 일본에서? 그때로 돌아갔다고 보시는 거예요?
◆ 박노자> 그러니까 논리 차원에서는 그때로 돌아간 부분이 있다고 봐야 됩니다. 논리 말씀이죠.
◇ 김현정> 논리적으로 볼 때.
◆ 박노자>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그러니까 자민당 중심의, 관료 국가 중심의 총동원과 비슷한 그런 체제를 다시 길을 잡기 위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갖다가 적으로 만들고 적이라는 이미지를 메이킹함으로써 아베파가 민심을 꽉 붙잡고 반대자를 억누르는. 그러니까 30년대 후반이면 진짜 전쟁이었던 반면 여기에서는 ‘모의 전쟁’ 입니다.
◇ 김현정> 모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을 적으로 놓고 자신들 똘똘 뭉치기 위해서 정치적인 뭔가를 잡기 위해서 그렇게 파악하고 계시군요. 교수님은 그렇게 이 사태를 보고 계시는데 외국에 사시니까, 제3국들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일 또 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정도 빼고 나머지 제3국들은 이 싸움판을 어떻게 보고 있어요?
◆ 박노자> 일단 일본이 이제는 독자 노선으로 조금씩 선회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 박노자> 독자 노선이라는 건 여태까지 그냥 경제만 진격하면서 대체로 미국이 시키는 대로.
◇ 김현정> 시키는 대로 했죠.
◆ 박노자> 해 온 나라인데 이제는 말 그대로 독자적인 열강. 열강과 같은 모습을 한번 더 취해 보고자 한다.
◇ 김현정> 예전 그때처럼 자신들도 열강이라는 1930년대 마치 그 제국주의 때처럼.
◆ 박노자> 그런데 신문을 보면 하는 소리는 이 열강이 되고자 해도 고작 해 봐야 2류 열강.
◇ 김현정> 2류 열강.
◆ 박노자> 왜냐하면 가상 적을 만들 때 중국을 적으로 돌릴 자신도 없고 고작 한반도 국가를 가지고 악마화시키는.
◇ 김현정> 고작 우리하고 북한입니까? 기분 나쁘네요, ‘고작’ 이라고 붙이니까. (웃음) 그런데 제3국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니까.
◆ 박노자> 그러니까 2류 열강쯤 이제는.
◇ 김현정> 2류 열강을 꿈꾸는 일본이다. 열강을 꿈꾸지만 결국 2류 열강.
◆ 박노자> 2류밖에 될 수가 없는. 이미 중국하고는 게임이 안 되니까. 그렇죠. 그냥 2류에 머물고 있는.
◇ 김현정> 그럼 첫 번째부터 결론 같은 질문이 가서 그렇습니다마는 그 2류 열강이라도 꿈꾸는 일본의 그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보세요? 우리를 대상으로 한 이 만행들로?
◆ 박노자> 저는 전혀 그렇지는 않다고 보고 일본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말이 사실 맞는 거죠. “승자가 없습니다.”
◇ 김현정> 승자 없는 게임.
◆ 박노자> 한국한테도 손해를 끼치고 있지만 본인들의 경제에도 손해를 끼치고 결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이 결국 안고 가야 했던 것이 피폭자 그리고 수백만 명의 전몰자라면 지금은 유사 전쟁, 모의 전쟁인 만큼 사람 죽지는 않겠지만 남는 것이 경제 성장의 둔화와 신뢰 추락. 그리고는 가면 갈수록 합리성을 잃어가고 그리고 개인이 개인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을 잃어가는 굉장히 변동 사회. 일본으로서는 이게 사실 말 그대로 승자 없는 게임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렇게 쭉 밀고 나가봤자 일본은 경제 성장 둔화, 신뢰 추락,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더 좁아지는. 마지막 그 말씀 무슨 말씀이에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
◆ 박노자> 그러니까 인간한테는 그래도 하루의 양식도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자유도 필요합니다.
◇ 김현정> 자유 필요하죠.
◆ 박노자> 남들과 다른 자기 의견을 표출할 자유도 인간답게 살자면 필요한 건데.
◇ 김현정> 당연하죠.
◆ 박노자> 지금은 이런 총동원 분위기. 한국을 적으로 만들고 이제는 적개심을 막 북돋우는 분위기에서는 사실은 많은 개인들이 좀 기를 죽이고 사는 모습이 좀 보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다른 소리를 못 내는 그런 국가로 점점 가고 있다, 일본이?
◆ 박노자> 그게 과연 일본인들이 원하는 것일까. 저는 대부분의 일본인한테 손해밖에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대부분에게 손해다.
◆ 박노자> 그러니까 말 그대로 승자 없는 게임. 다들 손해밖에는 안고 갈 게 없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일본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세요, 교수님?
◆ 박노자>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자본주의 세계 전체가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공허함이 아마도 다가오고 있을 거고 그리고는 환경 위기라든지 말기적인 여러 증상들이 보이지만 일본이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서 다른 점이 있다면 권위주의가 너무 심합니다.
◇ 김현정> 권위주의가 너무 심해요. 맞아요, 그거 맞죠. 우리도 사실 권위주의적인데 우리보다 더하죠?
◆ 박노자> 더하고요. 그리고는 나눠줄 게 그래도 있는 나라니까 나름 복지 제도도 있고 하니까 사람들을 탄압하기보다도 이제는 말하자면 포섭을 해서 이런 권위주의 사회의 순응주의적인, 순응하면서 사는 멤버를 만드는 나라죠. 그래서 권위주의가 심한 자본주의 사회인데 전체적인 위기 국면에서는 이 사회가 위기에 굉장히 약할 거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약한 거 많이 나오죠. 인구가 감소되고. 그런데 유럽도 인구가 줄어들지만 유럽은 이민자라도 받아들일 줄 알잖아요. 일본이 그것도 할 줄 모릅니다.
◇ 김현정> 그것도 할 줄 모르고.
◆ 박노자>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약한 사회죠, 사실.
◇ 김현정> 그렇게 파악하고 계시군요. 지금 같은 맥락에서 좀 해석이 될 거 같은데 아베에 반대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런 지식인도 많고 시민들도 많다는 얘기는 들리는데 여론 조사해 보면 아베 지지율 높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 의견 높다고 하고 뭐 또 일본 SNS에 돌아다니는 것들 보면 굉장히 극우들의 활동이 크고 그렇단 말입니다. 그건 왜 그런 거죠?
◆ 박노자> 그러니까 사람을 왜 동물원이나 서커스에서 동물을 순치시키잖아요. 그리고 인간 사회도 좀 사람을 순치시키지 않습니까, 사회화 과정에서요. 그게 한국도 문제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너무나 철저하게 순치시킵니다. 튀면 안 된다.
◇ 김현정> 튀면 안 된다.
◆ 박노자> 튀면 안 된다.
◇ 김현정> 튀면 안 된다. 그럼 반아베 정서가 주류가 되면 그쪽으로 또 주르르 가는 겨고 지금처럼 아베 지지, 반한 이렇게 되면 그쪽으로 되면 그쪽으로 주르르. 나머지는 다 가만히 있어요?
◆ 박노자> 쏠림 사회죠.
◇ 김현정> 쏠림 사회.
◆ 박노자> 권위주의 사회의 특징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지금 일본 같은 경우에는 한국은 중도 우파가 주도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일본은 극우파가 주도하고 있는 게 차이죠. 그래서 극우파에 이렇게 쏠림이 극우파를 향해서 이루어지고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병리적이고 공감성이 없는 사회라는. 저는 이거는 굉장히 우려. 말하자면 적개심은 전혀 없고 우려가 굉장히 많습니다.
◇ 김현정> 우려되는 사회다.
◆ 박노자> 좋은 이웃이 돼야 되는데.
◇ 김현정> 좋은 말씀이시네요. 좋은 이웃이 돼야 되는데 극우가 득세하고 튀는 거는 지극히 싫어하는 사회에서 극우가 득세해버리니 이거 참 큰일이다.
◆ 박노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아주 큰일이고 그 주류에서는 지금은 중도 우파. 한국 같은 중도 우파가 과연 힘을 어느 정도 보유하는가. 저는 그것도 이제 조금 걱정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 박노자> 그 사람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일본은 극우가 득세하고 있다. 한국은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극우들의 망동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며칠 전에 한 극우 단체 대표가 아베 수상께 사죄드립니다. 이런 공개 기자 회견을 했고 어제는 그 사람하고 그 단체 회원 20명이 소녀상 앞에 가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한테 사과해라, 사과하라, 이렇게 외치다가 성난 시민들하고 몸싸움이 나고 그랬단 말입니다. 이 모습은 어떻게, 왜 이러는 걸까요?
◆ 박노자> 그러니까 극우들은 일면으로는 자국 국익 위주로 사고한다고 하지만 일면으로는 세계 극우들도 단결한 만한 요지들이 좀 있습니다.
◇ 김현정> 세계 극우들이요?
◇ 김현정> 이민자 없는 사회니까.
◆ 박노자> 그러니까 노르웨이 극우가 일본을 선호할 수 있듯이 한국 극우들도 일본 극우와 사고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게 되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와 또 다른 부분이라면 역사적으로 한국 극우와 일본 극우는 일란성 쌍둥이.
◇ 김현정> 그래요?
◆ 박노자> 여러모로 유착해 왔고 같이 자라온 것이죠. 그리고 특히 박정희 시절에는 박정희 정권과 일본과 유착이 대단히 깊었고요. 우리가 사사카와 류이치 재단의 돈을 한국의 모 대학이 받았다고 지금 난리치고 그렇지만은. 사사카와 류이치는 일본의 파시스트죠. 유명한 극우 재단을 만들고 전 세계적으로 돈 뿌리고 있는데 사사카와 류이치는 누구한테 훈장을 받았습니까? 박정희한테 받았죠.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한 뿌리라고 보시는 거군요.
◆ 박노자> 사사카와 류이치는 한국에서 한국의 보안 기관, 통일교, 박정희와는 대단히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극우는, 특히 막후에서는 아주 가깝게 커넥션을 주고 받고 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한국의 극우와 일본의 극우는.
◆ 박노자> 그럼요.
◇ 김현정>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 말고도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요, 막후에서?
◆ 박노자> 그렇다고 봐야 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한일 민족 간의 대결이 아니라.
◆ 박노자> 전혀. 내전이죠.
◇ 김현정> 내전.
◆ 박노자> 국제 내전입니다.
◇ 김현정> 국제 내전이라고 보세요?
◆ 박노자> 그런 측면들도 있습니다.
◇ 김현정> 한국 민족, 일본 민족의 대결이 아닌.
◆ 박노자> 지금 신자유주의 후기 시대인데 민족 대결 이런 거라기보다는 일본 사회 안에서도 정상적인 우파까지도 누르고 집단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아베를 중심으로 한 극우들하고 한국에서도 바로 그런 곳을 원하고 있는 한국 극우들. 그들도 한국이 일본처럼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극우들이 주도하는 이런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아베 보면서 배우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는 막후에는 여러 채널들 가동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교수님이 그런 말을 SNS에 쓰셨더군요. 뭐라고 쓰셨냐면 “일본에서도 반 아베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말 못 하고 있는 튀지 않기 위해서 말 못 하고 있는 그런 민간인들, 그런 시민과 한국의 시민들이 손잡아야 한다.”
◆ 박노자> 그럼요. 이거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종의 국제적 내전이라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고 해서 제일 중요한 건 우군 확보입니다.
◇ 김현정> 우군 확보.
◆ 박노자> 우군 확보가 제일 중요하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이게 민족 대 민족의 대결이 아니다. 그러면 며칠 전에 서울 중구청에서 ‘노재팬’ 깃발 한 1000여 개를 달려고 하고 실제 좀 달았다가 좀 떼고 이랬던 해프닝이 있습니다. 이런 건 어떻게 보세요.
◆ 박노자> 그러니까 이게 저도 지하철에서 그 플래카드를 봤는데 저는 맨 먼저 든 생각이 뭐였냐면 ‘노 재팬’이 뭐냐. ‘노 아베 재팬’ 이라고 썼으면 됐을 텐데.
◇ 김현정> 아베를 콕 찍어서?
◆ 박노자> 왜 일본인들을. 아베가 지금 한국인을 적으로 돌리고 그렇게 해서 그 악마화를 배경으로 해서 자기 권력을 극대화시키려하고 하는데, 우리는 일본인들을 적으로 만들 하등의 필요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 김현정> 일본 시민을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그거 아베가 원하는 거예요?
◆ 박노자> 그러니까 사실은 ‘노 아베 재팬’이면 몰라도 ‘노 재팬’은 산케이 신문 같은 데 와서 사진 찍고 한국 정부가 반일 감정을 선동한다고 뭐 이렇게 할 일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관이 나서서 뭔가 하면.
◆ 박노자> 그거는 아베가 제일 원하는 겁니다.
◇ 김현정> 아베가 제일 원하는 거라고요?
◆ 박노자> 그럼요. 왜냐하면 그 사진 찍고 그것을 해서 한국 정부는 사실 반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 김현정> 우리가 일본을 이렇게 싫어한다, 저들은 적이다. 여러분 모이십시오. 이렇게 되는 거예요?
◆ 박노자> 그렇죠. 그러니까 아베가 제일 원하는 거죠. 아베가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안 되죠.
◇ 김현정> 그렇군요. 독도 훈련을 곧 할 거예요. 독도 안보 훈련을 광복절 무렵에 할 거다. 이렇게 얘기가 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약간 우려하시는 글을 쓰셨던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 박노자> 그러니까 일본인들, 일반인들. 저는 일본에 비교적 자주 다닙니다. 사람들 자주 만나고 얘기하고 그러는데 거기 무리 속에 보면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게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서 한국인에 대한 우월감이라든지, 왜 우리가 한국에 쥐여 있는가라는 우려감이라든지.
◇ 김현정> 한국에 뭐 있는가?
◆ 박노자> 그러니까 이제 경제적으로 한국이 우리를 압도하는 게 아니냐.
◇ 김현정> 그런 생각을 일본인들이 해요?
◆ 박노자> 많이 하죠. 그러니까 온갖 이상한 쓰레기가 머릿속에 다 있는데. 뭐 그건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도 일본인들한테 그래도 중요한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평화’입니다.
◇ 김현정> 평화.
◆ 박노자> 전쟁 때 핵까지 당한 나라고, 평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만약에 평화를 키워드로 내세우면 일본에서는 정말로 많은 우군을 만들 수가 있고 어느 정도 아베의 체제를 심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한국이 평화 세력, 평화 세력이라는 부분을 꼭 강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군사 훈련이 평화 이미지하고는 좀 맞지가 않죠.
◇ 김현정> 이미지가 안 맞죠. 뭐 우리가 명분이 없는 건 아니에요. 원래 하던 거고 우리 땅이고 하니까 뭐 당연히 명분은 충분합니다만.
◆ 박노자> 돌출 행동은 아닌데 그거는 하던 거니까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시민들을 고려해서 평화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아베와 뭐가 다르냐를 잘 보여줬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저는 약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깨달음이 왔던 것이 뭐냐 하면 그러고 보니까 정말 일본 사람들은 평화라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하더라. 왜냐하면 핵폭탄을 맞은 나라고 그래서 나의 조상이, 이웃이, 친구가, 가족이 죽는 걸 봤던 나라기 때문에.
◆ 박노자> 대부분은 가정 중에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 김현정> 1명씩 다 있잖아요.
◆ 박노자> 다 있죠.
◇ 김현정> 그래서 ‘평화’라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래서 평화 헌법이 있었던 건데 그걸 개정하려고 하는 게 아베인 거고 그런데 국민들이 따라오지를 않으니까 적을 만들어서 우리 위험하다, 라는 걸 강조시켜서 군대를 갖게 하려는 게 아베의 속셈 아닙니까?
◇ 김현정> 악용당하는.
◆ 박노자> 선전 차원에서 악용당할 여지가 있는 거죠. 우리가 이제 그런 것을 피해야죠.
◇ 김현정> 그렇게 평화라는 키워드가 일본 시민과 손잡을 수 있는 키워드.
◆ 박노자> 그러니까 “한국은 평화다.”
◇ 김현정> 한국은 평화다.
◆ 박노자> 이런 등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못 하는 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 김현정> 불매 운동은 크게 반대하지 않으시는 거 같은데요?
◆ 박노자> 자발적으로 터진 것이라면 다수의 자발적 움직임을 반대해 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안 가고 안 사면 그건 사실 본인이 결정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자발적인 건 인정하는데 관이 개입하지 말아라.
◆ 박노자> 그거는 역시 아베한테 먹이 던지는 거죠.
◇ 김현정> 먹이 던지는. 알겠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노 재팬 대신 노 아베 재팬” 이거 참 좋은 전략이라고.
◆ 박노자> 노 아베라고 하든지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문자들을 지금 보내주시는데 아무튼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교수님. 해법을 찾아야 됩니다. 찾아야 되는데 이게 보통 지혜로는 안 될 거 같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국회 정치인들 보면 지금 정쟁이 한창이에요. “네가 더 친일파다. 아니다, 네가 더 친일파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정치권?
◆ 박노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의 극우들이 일본과 여러모로 유착돼서 일본 극우들과 통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거기까지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뭐라 그래야 할까. 우리가 좀, 아베와 달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극우들이 친일이라서 제일 큰 문제되는 겁니까? 그것뿐만이 아니잖아요. 친일도 문제될 수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그들이 서민과 노동자의 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은 이 국면을 타서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대로 예를 들어 대기업들한테는 노동 안전 규제를 완화시키고 그리고는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등. 정말 일본 과로사의 나라. 극우들이 일본과 같은 모습으로 가고 있는 부분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극우들이 친일해서 나쁜 것도 당연히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국에서 사람이 정말 제대로 살 수 없는 나라를 만들어버린 게 제일 큰 문제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런 통찰력까지. 어떻게 풀어야 되는가. 이거 뭐 노르웨이에서 이 상황을 봐오셨기 때문에 좀 더 냉정하게 해법에 대해 고민하셨을 텐데 해결책은 뭐라고 보세요?
◆ 박노자> 해결책은 당장에는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싸움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이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 아마도 일단 확전을 피해야 합니다.
◇ 김현정> 확전.
◆ 박노자> 확전을 피해야 합니다. 상태가 나빠지면 안 되니까. 그리고는 한국에서 지금 맞보복을 아직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역을 하고 싶고 정상적 관계 갖고 싶고 일본을 좋은 이웃으로 두고 싶다는 메시지 보내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우리가 계속 그렇게 보내고 계속 2차, 3차 보복해 오면 어떡해요, 도발해 오면?
◆ 박노자> 그러니까 그때 자제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 일단은 그렇게 되기 전에는 일본 시민 사회를 친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 김현정> 그게 급선무다라고 보시는 거예요?
◆ 박노자> 지금 급선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노자> 그래도 어느 정도 이미 민주화된 사회고 다원 사회들인데 여론전이 중요하고요.
◇ 김현정> 여론전이 상당히 중요하다.
◆ 박노자> 여론전이 대단히 중요하고 여론전에서 이기면 그건 한국의 차후 미래에도 엄청 득이 될 겁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 상황을 파악해 온 한국 학자 박노자 교수와 함께 일본 상태 진단을 해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고 계세요, 언제 돌아가십니까?
◆ 박노자> 이제 내일모레 아침이요.
◇ 김현정> 그때까지 좋은 얘기들 많이 좀 해 주시고요. 지금 아침에 바로 세미나 하러 가시죠? 정말 바쁜 일정인데 와주셔서.
◆ 박노자> 정신이 없어서. 지금 방송이 아니죠? (웃음)
◇ 김현정> 지금 방송이에요. 안 끝났어요, 아직. 교수님 정신 없으셔. (웃음) 고맙습니다.
◆ 박노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박노자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