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외에는 가급적 신중하자는 자중론이 나오고 있음에도 8일 국회에서는 반일 관련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라는 제목의 긴급 국회공청회가 열렸다.
함석헌 선생의 씨앗사상을 기초로 겨레의 얼을 밝히고자 만들어진 재단법인 씨알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주최로 성사됐다.
안 의원은 행사 시작에 앞선 인사말에서 "몇 년 전에 애국가의 작사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들과 해외도 다니며 조사를 했었다"며 "안창호 설과 윤치호 설 중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아쉬움을 가지고 마무리했는데 이번에는 친일의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에 대한 평가를 하는 토론회를 열 기회가 제게 와서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주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일 경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전쟁은 전쟁대로 국민들이 앞장서 주시고 또 정치권이 함께 성원해서 이 전쟁은 이겨야 한다"며 "이번 기회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쟁이 한창 뜨거워진 김에 친일 인사가 작곡한 곡 또한 검증해 배척하자는 의미다.
공청회 참여 인사들도 민족정기 등을 이유로 친일 인사가 작곡한 애국가의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어릴 때 애국가를 부르면 가슴이 뭉클하고 뜨거움이 용솟음쳤지만 뒤늦게 작사, 작곡가가 친일 반민족 인사라는 것을 알고는 형언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며 "지금의 애국가는 나라 사랑의 마음을 일깨우는 노래로서는 이미 그 위상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함세웅 신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깨달았을 때 버리는 것이 새로운 삶이고 민족사적으로 순국선열께 효와 정성을 다하는 민족애를 확인하는 계기"라며 "안 위원장은 이 일을 목숨 걸고 하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국회 내에서 사용되는 소모품 102개 중 중 4분의 1에 달하는 24개가 일본제품으로 나타났다며 국내기업 생산품으로의 대체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사무처가 제출한 2019년 의원실 소모품신청서에 기재된 품목 중 프린터나 복합기 등 이미 구매한 제품의 토너, 잉크 등 소모품은 빼더라도 볼펜이나 샤프, 지우개 등은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경제전쟁 국면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인 국회가 이미 구매한 제품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도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회사무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는 향후 소모품 신청 시 대체가능한 물품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역과 외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이같이 반일 전선을 확대하는 데 정치권 인사들이 계속해서 직접 나서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친일 작곡가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 곡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고, 일제 사무용품의 경우 서대문구청이 지난 6일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용품들을 일본의 경제도발이 철회될 때 까지 사용하지 않겠다며 타임캡슐에 넣어 봉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반일 정서가 강해지다 보니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이슈들도 크게 부각되는 경향이 생겼다"며 "일본의 행위로 이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 등 운동에 나서고 있는데 국회 내에서 조차 이러한 반일 행사나 주장을 펼치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