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윤종신은 지난달 30일 '7월호'를 무사히 선보였다. 그는 예전에 작업해 두었던 곡을 다시 꺼냈고, 직접 가창자로 나서 '인공지능'이라는 곡을 완성했다. 윤종신은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혀 이목을 끌었다. "정말 정신이 없었던 6~7월이었다"는 그는 "그릇된 가치관과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창작자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미유와 마찬가지로 AKB48 출신인 타카하시 쥬리는 지난 7일 자신이 속한 신인 걸그룹 로켓펀치의 데뷔 기념 언론 쇼케이스에서 한일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 속 데뷔하게 된 심경을 묻는 질문을 받아 진땀을 흘렸다. 쇼케이스가 열린 이날은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가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날이기도 했다.
쥬리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측이 고용한 쇼케이스 진행자는 "답변을 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쥬리에게 마이크를 넘기지 않았다. 당시 진행자는 "워낙 예민한 부분이라 어린 친구들에게 답변을 해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쉽기 않고, 답변 드리기가 어려운 문제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쥬리는 취재진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최근 가요 기획사들은 한일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혹여나 자사에 소속된 일본 출신 가수들이 애꿎은 희생양이 될까 우려하며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등의 활약으로 현지에서 이른바 '제3의 한류붐'이 일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음악채널 엠넷은 '프로듀스' 시리즈의 시스템과 일본의 AKB48 시스템을 결합한 '프로듀스48'을 통해 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을 탄생시켰고,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각 기획사에는 일본 출신 가수가 하나 둘 늘어갔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이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일본 출신 연예인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과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일본 출신 가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기획사 이사는 "한국을 사랑하고, K팝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온 친구들이지 않나"라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단지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가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 산업이라는 것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시대정신을 꿰뚫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 기획사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국적이 일본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작금의 상황들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대중과 미디어 모두 그런 정치적인 시각으로 특정 문화콘텐츠나 그룹 혹은 가수들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