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故 김성재 편 방송금지에 "사전검열" 비판

한국PD협회·SBS PD협회, 5일 성명 발표

지난 3일 방송 예정이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예고화면 캡처)

고(故) 김성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인용으로 불방된 것을 두고 PD들이 "사전검열"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 2일 고 김성재 전 여자친구 측이 해당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SBS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신청인 김 씨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 우려가 있다. 방송은 김 씨가 무죄 판결 확정 이후에도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라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PD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전검열 사건"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규탄했다.

SBS PD협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5개월간 취재한 방송이 전파도 타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라며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SBS PD협회는 영국과 스위스 등을 예로 들며 재판 후에도 의문사로 남는 수많은 사건의 증거를 훗날 발전된 과학으로 재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중심의 재심'(불이익 변경 재심)이라는 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사법적 심판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요청을 반영, 공익적 논의의 필요성을 방송의 기획의도로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BS PD협회는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사건,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갖게 된다"라며 "신청인 김 씨는 공적 인물이 아니지만, 김성재 사망 사건은 공적 사건이다. 그 신청인 개인의 인격과 명예만을 위해서, 공익적인 목적의 보도행위가 사전 검열로 금지되는 것은 타당한가"라고 반문했다.

한국PD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기획 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두 차례나 강조한 결정문의 내용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이는 제작진의 양심을 판사가 임의로 규정한 것으로, 제작진을 모욕하고 깊은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한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SBS PD협회가 지적한 대로 '고 김성재 씨 사망 사건은 엄연한 공적 사건'이며, 이를 밝히려는 공익적 보도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전 검열과 다름없다"라며 "방송금지가처분 제도는 어떤 경우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검열'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PD연합회는 "SBS 제작진은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법원의 결정을 따르되,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라며 "제작진은 정당한 공익적 기획 의도를 굽히지 말고, 최고의 완성도를 갖춰서 곧 방송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30일 김성재 전 여자친구 측은 채권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에 오는 3일 예정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방송해선 안 된다며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김성재는 지난 1995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스위스 그랜드 호텔(현 그랜드 힐튼 호텔 서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부검 결과 김성재의 팔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김성재의 시신에서는 마약성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사건 당시 김성재의 여자친구가 용의자로 지목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인간에게 쓰이지 않는 약물인 졸레틸이 검출된 점, 28개의 주삿바늘 자국 등 김성재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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