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들은 즉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보다 더 파장이 클 것이다"며 반발하고 나섰는데, 가능성은 낮지만 배치가 현실이 된다면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국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 NYT "한국·일본 가능성"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INF 탈퇴 다음날인 지난 3일(현지시각) 호주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에스퍼 장관은 "그렇지만 분명히 하겠다.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를 얘기하는 것이다"며 전술핵 재배치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어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이 미사일들이) 한국이나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파장이 확대됐다.
곧 한국을 방문해 오는 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인 에스퍼 장관의 발언이 확산되자, 우리 국방부는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측과 중거리 미사일 도입 관련 공식 논의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우리 정부가 부인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 "미국이 한·일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고려하고, 요구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 미사일의 표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가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이든 중·러와 직간접적으로 적이 되고 전략적으로 자신이 낸 불에 타 죽는 격이다"라는 위협적인 발언과 함께, "사드를 배치한 것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17년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될 당시 중국이 행했던 경제 보복보다 더 큰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실제로 미국의 미사일이 우리나라에 배치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제2의 사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사드 배치 당시에도 대북 억지력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반대 여론이 심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에 맞서는 무기를 한국 땅에 놓는다는 셈이니, 한중관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배치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질 것이다"는 진단과 함께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원칙론에 입각해 반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 또한 "사드 배치 당시엔 북한의 핵을 막는다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는데도 중국이 우리를 강하게 압박했다"며 "만약 실제 배치가 이뤄진다면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에 군사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안보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적 보복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위원은 "사드는 괌과 일본에 먼저 배치된 뒤에야 우리나라에 배치됐는데, 이번에도 미국의 서태평양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괌에 배치를 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먼저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동맹국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미국도 자제를 하지 않을까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