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일본은 우익 협박범을 잡아야지, 왜 전시를 닫나"

강제 중단된 일본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에 위안부 피해자 사진 출품
"니콘살롱 전시 거부당한 2012년보다도 일본 상황 악화"

"오무라 아이치현 지사는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전시회에 들르겠다'라는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고 공개했는데, 그러면 그렇게 협박한 범인을 속히 추적해 잡아야지, 왜 전시를 닫는다고 하는 겁니까."


안세홍 사진가를 3일 밤 전화로 만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조명하는 '겹겹'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그는 지난 1일 개막한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에 참가했다.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의 반발에 직면한 전시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사흘 만에 중단됐다.

전시 개막을 지켜본 뒤 2일 귀국한 안 작가는 "개막 전에 협박이 잇따를 수 있으니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라면서 "협박과 그 대응의 어려움을 이유로 중단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시를 중단하지 말고 이어가 달라는 전화와 이메일도 사무국에 많이 오는 것으로 압니다. 왜 그러한 여론은 반영하지 않고, 우익 세력의 항의만 부각합니까."

안 작가는 1996년 잡지 '길' 사진취재차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일을 계기로 20여년간 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지를 돌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담아왔다.

그는 2012년 일본 도쿄 니콘살롱에서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열려다 개막 직전 전시를 거부당했다. 우익의 쇄도하는 협박 속에서 소송까지 강행한 끝에 전시를 열 수 있었다.

이후 일본에서 여러 전시와 강연에 참여한 안 작가는 "7년 전보다 일본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위안부 같은 사안에 무관심한 사람이 주였다면, 지금은 왜곡된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너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상황이에요. 무엇인가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검색하면 우익들이 올린 자료부터 접하게 되죠."

안 작가는 2일 통화에서 "한국으로 치면 공공기관 전시인데, 초대를 받았다는 것은 작품으로서도 인정받은 것이지만, 기관이 일본군 성노예 존재를 인정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라면서 반겼었다.

그는 하루 만에 급변한 상황에 "전시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빨리 왔다"라며 허탈해했다.

소녀상이 이번 전시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3일 찾은 전시장에서는 안 작가의 사진을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하동 출신으로 13세에 중국으로 끌려가 끔찍한 일을 겪은 배삼엽 할머니를 비롯해 한지에 흑백으로 인화된 위안부 피해자 8명의 초상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이들 할머니는 모두 세상에 없다. 이들 이야기를 일본 시민에 전하려던 전시도 사흘 만에 중단됐다.

"피해자분들은 계속 돌아가시는데, 할머니들 이야기가 일본 사회에 앞으로 더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정치가 이토록 예술에 깊이 관여하는 일본 사회의 앞날이 과연 밝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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