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외 투쟁 과정에서 부족해진 '실탄'을 비축하자는 취지다.
4일 한국당에 따르면 중앙당 사무처는 지난달 30일 자로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투쟁자금을 낼 것을 독려했다.
해당 공문은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독주를 막기 위해 당은 치열하게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투쟁을 위해 투쟁자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야당이 된 후 재정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들이 먼저 투쟁자금을 내자는 의견을 제기해 지난 5월 2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며 "아직 참여 못 한 의원들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볼멘 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당비' 성격이지만, 총선 공천을 앞둔 만큼 참여 여부는 물론 얼마를 내야 할지 액수까지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대여투쟁을 위해 수차례 열린 장외집회에 당원들을 동원하느라 비용 부담이 컸었는데, 또다시 투쟁기금을 내야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외집회 때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당원들을 주말마다 서울에 집결시켰지만 중앙당이 특별히 지원해 준 것은 없다"며 "생수 한 병도 의원들 부담이었는데 투쟁기금을 내라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기금을 낼지 말지 자유라고 하지만, 공천이 불과 몇 달 안 남았는데 안 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충성경쟁 하듯 모두가 낼 텐데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들어 장외집회, '우먼 페스타' 등 대규모 외부 행사가 잦았고, 당 대표 취임 100일 에세이집('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을 발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재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투쟁기금을 내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패스트트랙 투쟁 당시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제안한 것"이라며 "중앙당이 적극 홍보하지는 않았지만 20~30여명의 의원이 투쟁기금을 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은 뒤늦게 모금 사실을 듣고는 '왜 진작 알리지 않았느냐'며 투쟁기금을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