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현종 2차장, 외교해법 거부한 日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 직격탄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2차 세계대전 승리로 이끈 처칠 명언까지 인용하며 '경제전쟁' 의지
지난달 두 차례 대일 특사 파견 공개…"일본 거부"
미국 '스탠드 스틸' 관여…"이마저도 일본이 거부"
"우리의 외교적 노력을 일본은 번번이 사실 왜곡과 거부로 일관"
평창올림픽·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북측에 일본 이익 대변
"일본은 한미연합훈련 연기 반대, 대북 제재 압박 강조" 발목잡기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일 "(한국)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제외하는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자, 이달 말로 연장 여부가 결정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까지 꺼내들며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차장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가 생전에 남긴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라는 명언을 인용하며, 한일 경제전쟁에 임하는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차장은 일본 정부가 이날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한일간 치열하게 펼쳐졌던 외교전에서 일본의 무책임함을 성토하기도 했다.

먼저 김 차장은 지난달 우리 정부 고위 인사가 두 차례나 비밀리에 일본을 방문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한 협의를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차장은 "많은 분들이 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에) 특사파견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며 "(하지만) 이미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 우리 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 고위인사를 만났다"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당시 우리측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일본 측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거부 의사를 표해 외교적 해법이 난항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일명 '스탠드스틸'(standstill agreement, 현상동결)을 한일 양국에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일본이 거부했다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미국이 일시적으로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동결하고 일정기간 한일 양측이 외교적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했고, 우리측은 긍정적 입장을 갖고 일본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규제 등의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한국 정부의 전략물자 관리부실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간 충분한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부 입장을 표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차장은 "이러한 우리의 지속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양국간 신뢰 관계 손상, 전략물자 밀반출, 수출규제 관리 등 이유를 계속 바꿔가며 결국 오늘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했던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차창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표현하며 일본 정부를 정조준했다.

김 차장은 "강제징용 문제 등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으나, 일본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번번이 사실 왜곡과 거부로 일관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중하게 항의했다.

일본이 지난해부터 한국에 보여온 '발목잡기' 행태에 대해서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김 차장은 "우리는 일본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 주요 구성원으로 보고 남북 정상회담 등의 계기에 납북 일본인 문제는 물론 북일 수교와 관련한 일본 측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는 등 일본을 적극 성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과 4.·27 판문점 남북 1차 정상회담, 9·19 평양 3차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셈이다.

김 차장은 "그러나 일본은 우리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도움보다는 장애를 조성했다"며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했고,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주장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은 한일간 협력을 저해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일본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보통국가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는 한번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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