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이 열린다', 무슨 뜻일까

[현장]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 시사회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사진=영화사 리듬앤블루스 제공)
유령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 관심을 주지도, 관심받고 싶어 하지도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한편에는 너무나 잘 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발버둥 치는 사람이 있다. 유령 같던 이는 '진짜' 유령이 되어, 삶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이를 만난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은정 감독과 배우 한해인, 전소니가 참석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령처럼 살던 혜정(한해인 분)이 어느 날 진짜 유령이 되어, 거꾸로 흐르는 유령의 시간 속에서 효연(전소니 분)을 만나게 되는 블루지 판타지 드라마다.

유은정 감독은 "2015년 영화 아카데미 졸업하고 어떤 영화를 앞으로 만들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이 많고 유령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미술관에서 본 작품을 언급하며 "'요즘은 죽지 않으려고만 하지 살아있는 사람이 없어'라는 대사를 듣고 내가 표현하려는 유령과 비슷한 정서라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 감독은 "제가 느끼는 세상은, 미스터리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며 "공포 영화는 알 수 없는 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서 거기서 무너지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을 다뤄서 인상 깊게 다가오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호러 장르로 진행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독특한 제목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유 감독은 "밤이라는 시간은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낮에 있던 일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후회 같은 것도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유은정 감독, 혜정 역 한해인, 효연 역 전소니. 한해인(가운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유 감독은 "혜정은 살아있는 사람과 반대로 어젯밤으로 계속 흘러가면서 내가 지나왔던 것들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그런 시간이 언뜻 생각하면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 같지만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기를 긍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 면에서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밤의 문이 열린다'로 장편영화 주연으로 데뷔한 한해인은 "(제 역할이) 유령이라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게 신선했고,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독특해서 흥미롭다고 느꼈다. 감독님과 만나 여러 이야기 나누면서 같이 영화 작업하면 너무나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함께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전소니는 "시나리오에서 특히 저의 마음을 끌었던 점은, 크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언니랑 거의 둘이서 가족의 역할을 하면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여동생이 있다보니 그런 감정에 공감이 갔다"면서 "이 사회 안의 성인으로서 외로움 같은 걸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이 시나리오는 '연결'을 얘기하고 있어서 그 점이 위로가 되고 좋았다"고 밝혔다.

한해인은 "이 영화가 마냥 어둡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두움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이는 영화인 것 같다. 삶의 작은 순간들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전소니는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 많이 위로가 됐던 것 같다. 혼자 사는 삶이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외로움을 느끼던 찰나에 되게 위로가 됐던 것 같아서 보시는 분들도 그런 걸 느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은정 감독은 "유령처럼 살아가는, 혼자서 밤을 지내고 있을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어딘가에 나를 도와줄 존재가 있다는 용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 '밤의 문이 열린다'는 일찍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탔고, 춘천영화제와 광주여성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광복절인 오는 15일 개봉한다.

'밤의 문이 열린다' 감독과 배우들이 포토 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해인, 유은정 감독, 전소니 (사진=김수정 기자)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