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싱가포르 등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통상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는 공동 의장국(태국, 중국) 인사에 이어 한국과 일본이 모두발언을 한 뒤 아세안 국가들의 실질토의에 들어가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얽히고 설킨 설전이 벌어졌다.
포문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 이어 모두 발언에 나선 강경화 외교장관이 열었다. 아세안 장관회의에선 보통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는게 관행이지만 강 장관은 일본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오늘 아침 포괄적 수출우대 조치를 받는 무역 상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방법으로 제외한 데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결정을 엄중히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다음 모두발언에 나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보다 더 우호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다"며 "아세안 국가 동료장관들로부터 어떤 불만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아세안 장관들의 발언 중에 비비안 발라크라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일본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비비안 장관은 고노 외무상이 아세안 국가들은 화이트리스트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데 대해 한국을 제외할 것이 아니라 늘리는게 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안 장관은 당초 자신이 하려던 발언 원고는 덮어두고 "솔직한 얘기를 하겠다"며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사실상 한국을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비비안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에 고무됐다며 아세안+ 3가 한 가족과 같은데 이런 문제가 생겨 유감스럽고 신뢰와 선의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참가국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자 고노 외무상이 다시 반론권을 얻어 발언에 나섰다.
그는 한일 양국에 수산물 규제 문제와 청구권협정 문제, 수출통제 문제 등 세가지가 있는데 서로 별개의 문제고 한국이 청구권 협정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는 취지로 한국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강 장관이 다시 손을 들고 반론권을 얻어 대법원 판결의 연원을 설명하며 고노 외무상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종료 발언에서도 비비안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고노 외무상은 종료 발언에서는 인사말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강 장관은 세 차례, 고노 외무상은 네 차례 발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통상 반론권이나 답변권이 없지만 이날은 양국 장관간 물고 물리는 설전이 벌어진데다 싱가포르 등도 한국을 거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