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동 참사' 작년 폭우 대비 못해 '벌점' 받았다

작년 8월 집중호우 발생했지만 대처 늦어 서울시로부터 벌점
당시 공사 관계자 "강우예보와 달리 급작스러운 집중호우로 골든타임 놓쳐" 답변
한 차례 지적에도 '급작스러운 호우' 대비책 없어 참사 키워

수도권에 강한 비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한형기자
근로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목동 배수시설 참사' 현장의 시공사·감리업체가 지난해에도 급작스러운 호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서울시로부터 벌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39분'의 골든타임 동안 시·구·시공사 모두 손 놓던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이번 사고가 '안전 불감증'과 총체적 부실 대응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년 전 폭우에 늦은 대처로 벌점… '학습효과 없었나'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감리를 맡은 업체 등은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로부터 벌점을 받았다.

그해 8월 28일 양천구·강서구 등 지역에 시간당 최대 6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는데, 당시 시공사가 수문을 늦게 개방해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였다.

당시는 수문을 자동으로 열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공사 관계자가 수문 인근에서 대기하면서 수동으로 작동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당시 감사에서 "수문 원격조종장치 미비‧수방대비 인원 적기배치 실기 등 요소를 고려할 때, 서울시와 공사관계자의 호우대비는 매우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시공사가 '급작스러운 호우' 상황에 '수문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 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갖추지 못해 이번 참사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장에 '감리자'도 없어…비용절감 위해 감리사 등급 낮추기도

심지어 이번 사고 현장에는 안전 문제를 총괄할 감리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2013년 7월 '노량진 수몰사고' 이후 밀폐 공간 내 작업 시 감리 상주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배수시설은 환기구·유출수직구·유지관리수직구 등이 있어 완전한 밀폐공간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감리사의 등급을 낮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13년 발주했다. 지난 6월 30일이 완공 예정일이었지만, 카리프트 설치 등 추가 발주가 생기면서 올해 12월 15일로 기일이 연장됐다.

그런데 연장된 공사 기간에 감리 업체들은 감리사의 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책임 감리원은 수석감리사에서 감리사로, 전기 감리원은 특급 감리사에서 고급 감리사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등급을 낮춰 총 2억 원의 예산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본 공사는 모두 완료가 됐기 때문에 예산 절약 차원에서 추가 공사에 대해서는 그 규모에 맞는 감리사를 고용하도록 감리업체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가 사고 예비 조치, 위기 전파 체계 전무, 지자체 늑장 대응이 낳은 인재라는 점이 드러나는 가운데, 과거 유사한 사례로 지적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안전불감증'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서울 양천경찰서는 1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사고이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 여부부터 확인할 예정"이라며 "현대건설·협력업체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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