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일 관계 악화 이슈에서 '친일' 프레임으로 수세에 몰렸던 것과 달리, 여권과의 정책 경쟁에서 대안정당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방위·외통위·정보위·원내부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나토식 핵 공유와 비슷한 핵 공유를 포함해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 검토를 청와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란 미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서유럽 국가들과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지난 28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가 북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대응책으로 꺼낸 뒤 야권 일각에서 잇달아 회자되고 있는 방안이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나토와 비슷한 한국형 핵 공유를 언급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모순되지 않는 핵 억지력 강화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핵무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체 핵 개발 또는 전술핵 국내배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 등 현실적 무리가 따르는 상황에서, 당내 북핵외교안보특위를 중심으로 제시된 '절충안'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자 몇몇 의원들은 '핵추진 잠수함' 카드로 화답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이 아닌 핵연료로 움직이는 잠수함으로 연료 걱정이 없어서 이론적으로 무제한 바닷속에서 작전을 펼 수 있다. 아직 당론으로 채택하기엔 이르다는 게 한국당 설명이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이 이날 잇달아 언급됐다.
정진석 의원은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북한 핵무장에 맞서서 한·미·일 3국이 공동 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협력체계를 복원할 때까지 만이라도 한·일 간 경제분쟁을 잠시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윤상현 의원은 "한반도 인근 영해 바깥 수역에 미국 토마호크 등 핵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며 "이에 더해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잠수함이 영해 밖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을 퇴색시키지 않을 수 있고 문재인 정부와 국내 종북좌파 세력들도 반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핵잠수함 도입은 NPT 탈퇴 없이도 가능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여권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물론 미국을 설득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문재인 당시 후보는 "이제는 핵추진 잠수함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해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최근 발사 결정권을 미국이 갖는 제한적 핵 공유에 관한 대안이 나왔다.
미 국방대학은 지난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급변 사태 발발 시 미국은 일본과 한국 등 특별히 선정된 아시아 파트너국과 비전략 핵무기(전술핵)를 공유하는 새 개념을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식 모델을 그대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적어, 핵무기 소유나 직접 사용은 미국이 유지한다는 취지의 변형안을 제시했다.
한국당이 띄우는 이같은 핵 담론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잇달아 실험 발사되는 등 북한 비대칭 전력의 실전 배치 조짐이 관측되고, 미국 방위비 부담금 압박까지 나오는 맥락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안보를 중시했던 보수우파 정당으로서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비핵화를 핵심 정책으로 하고 있는 여권과의 정책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