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에 업무 부여할 것"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결과 발표
"정규직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규정의 엄격한 적용 어려움 있어"
31일, 16-17사번 아나운서 대표 2명과 아나운서 국장 면담 진행
업무부여 및 9층 아나운서국 내 공간 배치 논의 중
MBC, 상반기 영업손실 400억 원 대 예상…8월 1일부터 비상경영 돌입
"지상파 비대칭 규제 해소해 공정한 경쟁 시장 조성해야 해"

MBC 사옥 (사진=황진환 기자 자료사진)

MBC(사장 최승호)가 '직장 내 괴롭힘' 1호 진정을 낸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아나운서 고유 업무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결과와 조치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MBC는 16일 16-17사번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이 제기된 이틀 후인 18일 외부 전문가인 김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를 위원장을 주축으로 내부 인원 2명으로 구성된 '아나운서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 16-17 사번 계약직 아나운서에 공간 배정 및 업무 부여 예정

조사위는 △신고자들(16-17사번 아나운서)의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신고자들에게 아나운서국의 고유 업무 중 적절한 직무 부여 △신고자들에게 부여된 업무수행의 효율성을 위해 아나운서국 사무실 배치를 원칙으로 하되, 아나운서국 공간사정과 업무배치 상황을 고려해 시행 등 두 가지 사항을 사측에 권고했다. 회사는 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간 배치와 업무 배정 문제로 31일 오전 10시 16-17사번 아나운서들과 아나운서국장의 면담이 진행됐다. 면담을 반영해 조사위에서 권고한 사항을 이행할 예정이다.

정영하 정책기획부장은 "공간 문제는 아나운서국에 자리가 3개가 비어 있는 상황이라, 아나운서국에서는 두 공간(기존 아나운서국 9층과 16-17사번 아나운서 공간인 12층)을 같이 쓴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라며 "MBC 내 공간을 2개로 분할해서 쓰는 부서는 6~7개 정도 된다. 이들만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신고자들의 괴롭힘 방지 신고 목적 해결이 먼저라 이분들을 우선 배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부장은 "업무부여는 공간배치보다 어렵다. 아나운서국 업무부여가 캐스팅의 영역이라, 그 권한은 제작진에게 있지 아나운서국에 있지 않다"라며 "다른 아나운서들과 똑같은 룰을 적용받을 것이다. 다만 아나운서국장이 부여할 수 있는 업무도 있다. 이는 면담을 통해서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게 아나운서국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6-17사번 아나운서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아나운서들은 진정서와 진정 전날 최승호 사장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본래의 업무 공간인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분리하여 두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등 세 가지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MBC는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결과와 조치 사항과 비상경영 계획 등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진훈 법무부장,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 정영하 정책기획부장. (사진=MBC 제공)

◇ 조사위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규정의 엄격한 적용 어렵다"…"법의 판단 기다릴 것"


이처럼 그간 아무런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던 16-17번 아나운서들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은 물론, 사내 업무포털에 대한 접속을 추가로 허용했다.

그러나 조사위 결과 자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규정의 엄격한 적용은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조사위는 "신고자들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관련 1심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임시 처우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며, 의도적으로 신고자들을 괴롭히기 위해 시행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신고자들은 해당 조치들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노동 인권의 측면에서 신고자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오해와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현재 근로자 지위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해고무효 확인소송 등 2건의 쟁송이 진행 중에 있으면서 가처분결정을 통해 임시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복귀한 16-17사번 아나운서들의 '잠정적 신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규정을 적용하면서 정규 지위에 있는 일반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기준과 요건을 그대로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 최진훈 법무팀장은 "프리랜서 앵커 건은 우리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파악하지 못한 사실 관계도 있었고, 5년간 연속 근무를 했기에 근로자성 인정 여부 등 다른 쟁점은 없었던 상황"이라며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의 경우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회사가 합리적 이유를 갖고 갱신을 거절했는지 등 쟁점이 있다. 그래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 날인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머물고 있는 MBC 본사 12층 아나운서국(?) 사무실. (사진=황진환 기자)

◇ MBC 상반기 영업손실 400억 원 대 예상에 '비상경영 돌입'

한편 MBC는 2019년 MBC 상반기 영업손실이 400억 원 대로 예상되는 등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로 회사의 지속가능성 및 미래 성장 동력의 훼손을 우려해 오는 8월 1일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임원 임금 10% 삭감, 업무추진비 30% 반납, 전 직원 연차수당 현금보상한도 축소가 시행되고 있다. 8월 1일부터는 조직 슬림화, 해외 지사 효율화, 파견 대상 업무 축소, 프로그램 탄력 편성 및 제작비 효율화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영업성과와 상여금 연동, 임금 피크제 확대 적용 등의 시행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나날이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MBC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제도 개선 등 정부 차원에서 비대칭규제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은 "차별을 철폐하고,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광고 시장을 만들어달라는 것은 지상파의 숙원이자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현재의 방송 제도는 지상파 독과점 시절에 만들어진 건데, 급격하게 방송과 통신 환경이 변한 상황에서 아직도 제도를 고치지 않고 있다. 올해 지상파 3사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가는 시청자에 콘텐츠로 보답해야 한다는 방송사의 사명을 못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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