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유출? 고유정 체포영상 '이중잣대'

[노컷 딥이슈] 수사기관이 직접 체포영상 유출한 '이례적' 사건
강력범죄자 80% 남성이지만…유독 고유정에 뜨거운 관심
대중 온도 무관하게 잔혹범죄자에 동일한 기준 적용해야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중에 호응해 경찰까지 마녀사냥"

고유정 체포영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고유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떤 잔혹범죄보다 유별나게 뜨겁다. 설상가상, 수사기관이 유출한 현장 체포영상은 범죄자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 논란을 불렀다.

고유정의 긴급체포 영상은 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세계일보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는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유정이 경찰들에게 긴급체포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고유정에게 살인죄로 긴급체포함을 알렸고, 이에 고유정은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라고 반문했다. 호송차에 올라타면서 "지금 집에 남편이 있는데 불러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이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이 경찰청 훈령 제917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어겼다고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영상 공개의 적법성 유무를 떠나 경찰은 여성 잔혹범죄자에 대한 '선택적 인권 보호 해제'를 감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대다수 남성 잔혹범죄자들과 고유정을 취급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닉네임: 별****)은 "고유정은 당연히 인권 보장 받지 못할 정도의 범죄자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온도차에 환멸이 난다. (고유정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아파트에서 추락한 선배 약혼자를 다시 데리고 올라가 강간한 다음 살해한 범인, 강간하다가 피해자 장기까지 훼손한 범인, 그 누구 하나 이름이며 얼굴을 알지 못한다. 그 동안 더 극악무도한 남성 범죄자들 인권은 보호해왔으면서 여성 범죄자는 왜 예외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검거한 살인범죄(기수) 범죄자 중 남성 비율은 매년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이런 사건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자발적으로 현장 체포영상까지 공개한 사례는 없다시피하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여성이 저지른 잔혹범죄라는 이유로 지금 범죄 자체의 심각성보다 더 자극적이고 가십성 있는 이슈로 소비되고 있다. 여기에 수사기관이 호응해 '마녀사냥' 판을 깔아주고 부추긴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고유정 신상공개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일었다. 여성이 피해를 당한 잔혹 범죄들에 대해서는 범인의 신상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고유정 신상공개가 결정됐느냐는 질문이었다.

결국 고유정의 성별이 '여성'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잔혹성이 더 크게 부각돼 남성 잔혹범죄자들에 비해 공분을 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동일한 잔혹범죄자라도 성별이 그 관심도를 결정해 수사기관의 대우가 달라진다면 이는 또 다른 차별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었다.

대중 정서와 의식이 그렇다고 해도, 수사기관은 모든 잔혹범죄자들에게 차별없는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이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경찰 수사는 하나의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수사기관이 가진 공신력"이라며 "하지만 이번 체포영상 공개로 경찰은 여성 잔혹범죄자에 대해 반인권적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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