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여름휴가가 시작된 이번주 초 지리산으로 떠났다.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 몇 명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산 정상에 오른 뒤 능선을 타고 소백산맥을 따라 충청북도 속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종주코스 가운데 한 부분을 1주일 동안 등반하기 위해서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29일 “박 시장은 산에서 기운을 받는 분인데, 그동안 업무 때문에 산에 갈 기회가 없었다. (산에) 너무 못가서 작심하고 1주일 일정으로 산행코스를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시장님이) 산을 좋아해서 휴식과 충전을 위해서 가는 산행”이라고 전했다.
주위 사람들 말대로 박 시장은 워낙 등산애호가로 알려져 늘 등산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지만 서울시장으로서 바쁜 일상을 뒤로한 채 1주일이나 그 이상 일정으로 훌쩍 떠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나 지난해 작심하고 떠났던 산행길을 예상치 못한 서울시 재난사고로 반납했던 아쉬운 기억이 채 가시기 전이어서 모처럼 잡은 올해 여름휴가 겸 산행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컸다고 한다.
산을 좋아하긴 하되 그의 산행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 목적지는 늘 지리산을 포함한 백두대간으로 고정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번 산행길이 지리산으로 잡힌 것도 선택하다 보니 선택하게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2017년 대권도전을 포기하고 지방선거 3선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당내 경쟁자가 대통령이 될 때 3선 시장의 기초를 다졌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3선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다.
그 지방선거 직후 박원순 시장이 떠난 곳도 지리산이었다. 박 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CBS기자와 만나 “지난해 여름 서울중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중랑천이 고수부지로 범람해 시민 1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지리산 산행 중 급거 귀경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산이 좋아서 산을 찾아갔지만 박 시장의 심중에는 3선 시장으로서 시정구상을 가다듬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후 도시재정정책이 더욱 확대.심화됐고 시민 참여민주주의를 한층 강화하는 서울시민주주의위원회 정책들이 구체화됐다.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대중 정치인으로 인생행로를 바꿀 때도 박원순 시장이 머물렀던 곳은 산중이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중이던 2011년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기여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고 중대결단을 위해 백두대간 종주길에 처음으로 올랐던 것.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한창 진행중이던 범야권 단일화 논의 중 갑자기 사라져 주위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 산행에서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때부터 20년 가까이 지속된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직업 정치의 길로 들어선다.
행정가이자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8년. 또다시 지리산을 찾는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3년 후면 임기가 끝나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박 시장의 고민은 시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특히 '안티 박원순'이 부쩍 늘었다는 것. 다각도로 처방을 내도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 올해 내내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근 4년 동안 박원순 시장의 여론지지도를 보면, 지난 대선전인 2016년 12월 3.7%, 2017년 1월 4.3% 수준에서 2018년 10~15%로 상승했던 것이 2019년 들어 다시 한 자리 숫자로 회귀했다.
워낙 다방면에 걸쳐 많은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시정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인기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시장은 다수 중산층의 지지이탈이 어디에서 비롯됐는 지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정에 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휴가구상이 시정에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