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우리는 정 시장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무형적 차별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와, 그 속에서 함께 사는 다문화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①여전한 편견…다문화가족, 고난 뒤에 꽃피울까 계속 |
그는 "최근 전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갔다가 준비 서류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차가운 대우를 받았다"며 "'애들이 학교를 다니는 엄마씩이나 돼서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핀잔을 줬다"고 털어놨다.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하이디씨는 자기 자신을 내려놔야 했다. 그는 "아직도 무시당할 때가 많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됐다"며 "내 자아를 어느 정도 포기한 뒤에야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별은 가족 안에서도 존재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지 10년 된 노은옥(37)씨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아들에게 '학교 가서 엄마가 중국인이라고 말하지 마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 내가 우리 가족에게 부끄러운 존재라는 걸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씨를 비롯한 상당수 결혼이민자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조차 꺼렸다. 아이가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웠다가 자칫 한국사회에 스미거나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노씨는 "자식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언어적으로 헛갈리지 않기를 바라 오랫동안 중국어를 가르쳐 본 적 없다"며 "올해 초가 돼서야 중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어릴 때 가르칠 걸 괜스레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다문화가족 2세대에게도 차별사회는 현실이다.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다문화가족 2세대 7095명 중 지난 1년간 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9.2%로 2015년 조사 결과(6.9%)보다 오히려 2.3%p 증가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점차 이를 극복해내는 모양새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자아존중감 평균점수는 5점 만점에 3.87점으로, 지난 2015년보다 평균 0.6점 상승했다. 적지 않은 다문화가족 2세들이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최경남(21·호찌민 인사대 베트남어학과 2학년)씨는 주변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에는 오히려 출신 배경을 자신의 강점으로 앞세워 실력을 닦고 있다.
최씨는 어머니의 조언으로 베트남 유학길에 오른 자신의 선택이 뿌듯하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베트남 문화를 느끼며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다문화를 걸림돌이 아닌 '프리패스' 삼아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그조차 한국 사회의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씨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차별점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른 다문화 2세들도 놀림을 질투 정도로 생각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