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명한 표현으로 각을 세우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 전환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 지지율은 외려 10%대로 추락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당내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북한 눈치만 보는 대통령에게 안보와 국방을 안심하고 맡겨놓을 수 있겠냐"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도 북한 규탄 성명 하나 내놓지 않는 정권이 과연 정상적인 안보 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니 우리 사회 종북 세력들이 북핵도 우리 것이라고 하면서 선동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힘줘 말했다.
또 전날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선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외교안보라인 교체 ▲국정조사 수용 등의 요구를 반복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나아가 정부의 대응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빗댔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공포심으로 인해 인질범에게 긍정적 감정을 갖거나 동조하는 현상을 뜻하는 범죄심리학 용어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을 대변해주는 청와대, 안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몰아붙였다.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로 이미 휴짓조각이 돼가고 있다"며 "국민 80%가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보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외교 호구, 안보 호구가 되어가고 있다(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누굴 위한 정부인지 걱정돼 잠이 안 온다(백승주 의원)"는 등 정부에 각을 세우는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조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중국·러시아·일본 등 3개국에 대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본회의는 추가경정예산안과 맞물려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회의 직후 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평화수호세력 대 평화구걸세력 사이에서 한국당은 수호세력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함께 나토(NATO)식 핵 공유를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고 앞으로는 북핵 문제가 동결이 아니라 폐기로 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공유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서유럽 국가들과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한국당의 제안이 정부·여당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기호 전 의원은 "많은 말씀들을 하셨는데 대통령이 저희 얘기를 듣겠나? 듣지 않는다"며 "당이 사무실에 앉아서, 여기서 얘기하는 건 소용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길거리에 나가고, 플래카드 붙이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원 의원도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건 결국 국민의 힘이고 여론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니 저희가 올바른 안보정책, 외교정책으로 국민에게 호소하고 언론을 통해 충분히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지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분위기다. 황 대표 취임 후 20%대를 상회했던 수치가 다시 10%대로 가라앉을 위기에 놓였다.
한국갤럽은 지난 23~25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정당 지지율이 19%를 나타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황 대표 취임 직전인 2월 셋째 주와 동일한 수치로, 39%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당은 5월 둘째 주 25%를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안보 상황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제1야당 대표 명의로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에 보내는 방안도 논의됐다. 황 대표는 "긍정적으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옥현 당내 국가안보위원장(전 국정원 1차장)은 "현 정부 대북정책으로 볼 때 정부에서 이런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이 작고 국민 안보불안을 녹여낼 의지가 없으니 한국당만이라도 국민의 뜻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