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대회 슬로건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가 있다.
시리아 난민 출신의 유스라 마르디니(21)는 나라가 아닌 '평화'를 대표한다.
마르디니는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이다. 2015년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넜다.
소형보트가 엔진 고장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마르디니는 언니와 성인 남자 2명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3시간이 넘도록 보트를 끌었고 천신만고 끝에 그리스에 도착했다. 지금은 언니와 함께 독일에서 살고 있다.
고향에서부터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웠던 마르디니는 새로운 정착지에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마르디니가 난민 캠프의 소개를 받고 찾아간 독일의 한 수영 클럽은 그녀가 내전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서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는 말을 믿지 못했다.
조국 시리아의 국기를 달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마르디니는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훈련을 계속 했고 마침내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특별히 난민팀이 구성됐다. 마르디니는 난민팀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아 전세계에 깊은 감동을 줬다. 이번 대회에는 국제수영연맹(FINA) 독립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26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마르디니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마르디니는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조국 시리아의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르디니는 "사람들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미디어가 무엇을 보여주든 항상 그보다 심각하리라 예상한다"며 "대회 기간에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소식을 접하면 너무 슬프고 감정적으로 무너져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난민이지만 다른 난민들도 많은 사연을 갖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느낀다. 지금은 대단한 걸 할 수 없지만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는 마르디니는 이번 대회에서 2개 종목에 출전했다. 여자 접영 100m 예선에서 전체 52명 중 47위를 차지했고 자유형 100m에서는 93명 가운데 73위에 머물렀다.
어깨 부상의 여파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마르디니는 어깨 부상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온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수영 선수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자신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르디니는 "많은 분이 물어봤다. 당신은 무엇을 대표하냐고. 내가 첫 번째로 한 말은 '평화'였다. 그것이 정확하게 나와 우리 팀이 대표하고 있는 것이 맞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