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7월 23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 정관용> 88만 원 세대, 삼포세대 여러분들 다 들어보신 용어죠. 우리 사회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담은 표현인데요.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이렇게 청년세대에게 붙은 이름이 무려 30여 개나 된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각종 이름의 세대론 정작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왔네요. 책 제목이 청년팔이사회입니다. 이 책을 쓰신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김선기 연구원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선기> 안녕하세요.
◇ 정관용> 30여 개나 돼요?
◆ 김선기> 30개도 많이 줄인 거고요.
◇ 정관용> 그래요? 예를 들어서 뭐뭐 있죠? 88만 원, 삼포세대, 77만 원도 있었죠?
◆ 김선기> 최근에 77만 원 세대라는 얘기도 나왔고. 조선일보에서 달관세대라는 용어도 만들었고요.
◇ 정관용> 달관?
◆ 김선기> 달관세대는 일본에서 사토리세대라는 세대의 명칭이 있었는데 그걸 똑같은 번역해서 청년들이 더 이상 경제적인 부에 집착하는 않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지낸다, 달관했다라는 의미에서 달관세대라는 말도 쓰고요. 최근에는 연구소들에서도 다양한 세대명칭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는 무민세대라는 명칭을 만들었는데요. 무민은 아시다시피 이제 유럽에서 나온 캐릭터 이름인데요. 그걸 없을 무에 의미할 때 영어인 민 이렇게 해서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세대라고.
◇ 정관용> 무민세대.
◆ 김선기> 그렇게 무민세대라는 말도 신조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 정관용> 하여튼 이런 게 한 30여 개나 되더라.
◆ 김선기> 추린 것만 30개입니다.
◇ 정관용> 그래서 이 사회는 청년을 팔아먹고 있다, 각종 이름을 붙여서.
◆ 김선기> 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청년을 팔아먹고 있다라는 얘기는 누군가가 이렇게 이름을 붙임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는 게 깔려 있는 거 아니에요.
◆ 김선기> 정치적 이득일 수도 있고 경제적 이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정치 내지는 경제죠. 그러니까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예를 들어보면요.
◆ 김선기> 저는 책에서 진보정치와 보수정치에서 어떤 식으로 청년팔이를 했는지 분석한 것이 있는데요.
◇ 정관용> 좋아요. 진보세력은 어떤 이름을 붙여서 어떻게 이용했죠?
◆ 김선기> 진보세력에서 이야기한 대표적인 세대론이 88만 원 세대론이 있고 이건 77만 원 세대론이나 혹은 삼포세대, N포세대까지의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N포세대처럼 경제적으로 청년층이 빈궁했었고 그리고 이렇게 더 이상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수사를 통해서 사실 진보세력에서 하고자 했던 것은 청년층이 경제적으로 현재 어려우니까 자신들한테 표를 주면 자신들이 그것을 해결해 주겠다라고 하는. 그래서 청년들을 정치적으로 세력화하고 이 세력을 진보진영의 향후 집권이라든지 아니면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88만 원세대부터 N포세대까지 전부 다가? 그렇죠. 우리 사회의 불평등 그리고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이걸 주목하는 진보적 시각의 경제학자들이 주로 그런 이름을 붙인 거 아니에요? 구조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이사회에서 청년층들은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거 어려워졌으니까 점점 더 어렵다. 그러니 이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해서 도전해라. 심지어는 짱돌을 들어라 이런 얘기까지 했던 거죠.
◆ 김선기> 이것을 저를 포함해서 몇몇 청년 활동가들이 이 진보세력에 소위 제가 청년팔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불편해하는 이유가 있다면, 첫 번째로는 청년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러한 88만 원 세대 담론이라든지 N포세대 담론이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386세대라든지 혹은 선배세대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요를 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고요.
◇ 정관용>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 김선기> 그런 측면이 한 가지 있고 두 번째로는 이렇게 청년들을 계속해서 경제적인 약자, 무언가를 도와주어야 할 대상으로만 설정하다 보니까 청년들이 주체가 되고자 했을 때 혹은 청년들이 사회 전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했을 때 오히려 이렇게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로만 여겨지고, 스스로 주체가 되기보다는 돌봐주어야 할 대상으로만 존재를 하는 상황이 청년들한테는 유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었던 거죠.
◇ 정관용> 그러면 보수진영 쪽도 어떤 이름을 붙여서 활용한 게 있나요?
◆ 김선기>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세대론은 달관세대 그리고 혹은 그 이전에 있었던 실크세대론이나 G세대론 등이었고.
◇ 정관용> 달관, 실크?
◆ 김선기> 그리고 G세대론인데요. 이런 세대 명칭은 대부분 조선일보를 통해서 나왔던 거예요.
◇ 정관용> 달관세대는 아까 처음에 조금 소개하셨으니까 더 이상 무슨 경제적 이런 걸 너무 추구하지 않는다. 그다음 실크세대, G세대 무슨 뜻이죠?
◆ 김선기> 실크세대는 실크로드의 약자로 실크고, 과거의 변희재 씨가 만들었던 세대의 명칭이고요. G세대도 비슷한 맥락에 있는데 글로벌의 G를 따서 만들어진 세대명칭입니다. 이것들이 이제 보수세력에서는 스스로 어떤 세대론을 직접적으로 바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진보진영에서 만들었던 세대론을 비판하면서 이제 반대의 안티체제를 만들고자 했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실크로드를 걸을 수 있고 능력이 있고 충분히 다양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그것을 오히려 진보세력 혹은 386세대가 막고 있으니까 그것을 깨달으라고 하는 그런 식의 요청을 청년들에게 보냈던 거죠.
◇ 정관용> 88만 원에 묶여 있는 게 아니라 실크로드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넘나들 수 있는 세대다, 그걸 강요했다는 거죠, 보수진영은?
◆ 김선기> 그런 식으로 선언을 했던 것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 입장에서 볼 때는 양쪽 진영이 그런 식으로 자기들을 이름 붙이면서 이용하는 게 싫어요?
◆ 김선기> 사실 저는 이제 청년세대 중에서도 연구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싫고 좋고의 문제는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청년세대의 입장에서 서본다면 저는 양쪽 다의 세대명칭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정작 거기에 여러분들이 그렇게 부르든 말든 나는 관심이 없다? 왜요?
◆ 김선기> 보통 자신한테 와 닿지 않기 때문이고 청년들은 청년에 대해서 궁금해 할 이유가 별로 없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항상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청년인 거고 젊은 세대인 거고 나는 이 시대를 똑같이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을 굳이 지식의 형태로 만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래서 사실 세대론이라고 하는 게 대부분은 청년, 젊은 사람들, 요새 애들이 어떤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실은 (청년이 아닌) 어른들의 언어라고 보는 것도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결국 어떤 세대라고 이름 붙이는 건 청년들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데 다양한 모습 중의 어느 한 모습을 좀 특화시키는 거잖아요. 조금 아까 예로 든 걸 보면 88만 원에 묶여 있는 청년도 있고 글로벌하게 실크로드를 돌아다니는 청년도 있는 거 아니에요? 양쪽이 다 있죠?
◆ 김선기> 실제로 그렇습니다. 청년 인구가 1600만 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서 당연히 이런 청년도 저런 청년도 있을 수밖에 없겠죠.
◇ 정관용> 그래서 이 책에 청년세대 담론, 이 불편함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정체가 뭡니까, 그래서?
◆ 김선기> 이 불편함의 정체라는 것은 청년 입장에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도 않습니다. 걸어가면서 나는 청년이야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웃음)
◇ 정관용> (웃음) 그렇죠.
◆ 김선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청년으로 호명되는 이러한 기사들 아니면 이러한 명칭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여기에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혹은 나아가서는 청년을 호명하는 정치인들이 청년을 위해서 정치하겠다. 청년을 위해서 이런 정책하겠다 하는 상황에서도 이게 나한테는 와닿지 않은 것 같은. 그 청년이 나는 아닌 것 같은 그런 약간 일종의 이상한 껄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거죠.
◇ 정관용> 네, 보통 청년들의 어려움. 지금 구직난.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취직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안 낳는다. 세계 최저 출생률. 이렇게 쭉 연결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잖아요. 그건 현실 아닌가요?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들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게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받아들여진다고요?
◆ 김선기> 청년실업이 문제로 제기된 것이 2000년도의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가 되어왔는데. 저는 어떤 청년실업이라고 하는 프레임이 한국사회의 청년문제라고 하는 것을 너무 잡아먹고 있는 바람에 이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의 다양한 면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실업률이나 고용률 같은 문제를 보면 20대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 실제로 통계치가 그러한데 이제 이게 30대로 넘어가면 사실은 고용률이 과거에 비해서도 훨씬 더 높아지는 그런 경향성이 보입니다.
◇ 정관용> 아하.
◆ 김선기> 이제 이런 점들로 미루어봤을 때 사실 현재 청년 실업문제라고 하는 게 일자리 수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청년들이 어떤 최저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경쟁을 위해서 취업을, 첫 취업을 유예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이 더 핵심이 된다고 보는데
◇ 정관용> 그렇군요.
◆ 김선기> 이걸 단순히 일자리의 문제로만 접근을 해 왔기 때문에 이제 계속해서 청년실업 자체. 그러니까 청년문제의 핵심으로 다뤄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조금 관점을 달리 해 본다면 사실 최저선의 일자리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 그런데 최저선의 일자리라는 것은 오히려 일자리를 신규로 많이 만드는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자리들이 조금 더 평등한 최저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청년 문제로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자리 수에 집착해 온 경향이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일자리 수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담론이라든지 최저임금 인상이라든지 그 모든 화두가 사실은 최저선의 일자리의 수준, 질적인 향상을, 올라가도록 만들자 이 논쟁 아닌가요,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싼 정책 논쟁이.
◆ 김선기> 그런 논쟁이 실제로 존재를 하는데요. 청년문제와 청년정책이라는 틀 안에서만 놓고 봤을 때는. 제가 얼마 전에 다른 일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께서 2년 동안 모든 연설에서 청년을 어떻게 다루셨는지를 검색해 본 일이 있거든요. 그 일을 바탕으로 보자면 어쨌든 최저임금이나 사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제가 청년활동가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 정관용> 너무 조금밖에 안 올렸죠.
◆ 김선기> 비롯해서 청년문제를 다룰 때는 항상 일자리 숫자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폭넓은 사회 전체에서는 최저선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자리 숫자로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최저임금 인상이라든지 소득주도성장, 이 담론은 동의하실 수 있는 거죠?
◆ 김선기>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리고 바로 그게 청년문제 해결의 정도다, 올바른 길이다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 김선기> 네, 청년문제 해결을 꼭 경제적인 부분으로만 풀어야 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부분에서는.
◇ 정관용> 그렇죠. 그래서 결국은 청년세대 담론을 다시 써야 한다 그 주장이잖아요. 어떻게 써야 합니까?
◆ 김선기> 저는 청년세대 담론이 기존에 오히려 이상하게도 청년을 포괄하는 말로써 청년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 안에서 여러 사람들을 배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 정관용> 아까 말씀하셨죠.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하나만 강조하니까.
◆ 김선기> 그래서 이를테면 취업만을 강조하다 보니까 프리랜서로 오래 살아가는 청년들이라든지, 아니면 1인가구의 생활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청년들이라든지 아니면 결혼을 제도적으로 하지 않고 싶어하는 청년들이라든지 혹은 주부라든지 여러 청년의 모습이 약간 청년 담론 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덧붙여서 청년들이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 포진하고 있는데.
그들이 사회에 내고 싶은 목소리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경제적 약자로 사회적 약자로 계속해서 설정되는 바람에 그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청년담론은 배제된 자들. 그러니까 배제된 자들이라는 것은 청년담론 안에서 배제된 사람들. 그리고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는데 그 목소리가 젊다는 이유로 그렇게 해서 탈락해 왔던 그런 목소리들이 연대를 이루는 것이 새로운 청년담론의 방향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중요한 지적이네요. 첫 번째는 단순히 구직자 얘기가 아니라 다양한 다른 청년들도 아울러서 볼 수 있어야 된다 그거 아닙니까? 두 번째는 청년들의 주체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된다 그거죠? 그런데 사실은 진보진영도 보수진영도 청년세대에 이름을 붙이면서 청년들이여, 여러분 정치세력화하세요라고 다 얘기한 거 아니에요?
◆ 김선기>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저는 되게 굉장히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50대나 60대한테 50대에 정치세력화하라, 60대 정치세력화하라 이런 말들은 하지 않거든요.
◇ 정관용> 안 하죠. 이미 정치세력화 돼 있잖아요.
◆ 김선기> 그런데 그런 정치세력화도 세대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반을 시민사회 기반이나 정당기반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얘기들이 청년세대들한테 집중됐던 원인은 과거부터 보면 청년세대들이 투표율도 가장 낮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도 가장 높기 때문에 청년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들 말한 거 아닌가요?
◆ 김선기> 그런데 이 청년 투표율이 낮다는 것을 청년들의 문제로 치부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옳은 담론의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를테면 정치학 논의에서는 청년들이 왜 투표율이 낮은가를 설명하는, 그러니까 그건 청년들이 나쁘다고 얘기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지금 청년들이 투표율이 낮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증거로 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정치적인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접근을 하거든요.
◇ 정관용> 중요한 관점이죠.
◆ 김선기> 그런데 기존에 정치세력화하라는 그런 논의에서는 청년들이 지금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것은 너희들이 과거에 비해서 잘못된 부분이고, 즉 그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라는 얘기처럼 들려서.
◇ 정관용> 그럼 노력 안 해도 되나요?
◆ 김선기> 저는 노력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그 노력의 방향이.
◇ 정관용> 특히 정치적으로 청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금 김 연구원도 주장하고 계시잖아요. 그건 노력 아닌가요?
◆ 김선기> 저는 노력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데 그 노력의 방향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청년정치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청년정치가 주는 인상이 무언가 새로운 것, 기존에 없었던 것을 끌어올리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존에 이제 기성정당에서 청년정치 논의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면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게 장을 열어주기보다는 청년들이 정치세력화해서 그 당 안에서 세력을 키워주기를 바라거나.
◇ 정관용> 기존정당들은 다 그렇죠.
◆ 김선기> 혹은 청년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청년문제 해결은 기성정치인들의 문제가 아니고 청년정치인들이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할 것으로 밀어버린다거나 그래서 보통 청년정치인들은 국회의원이 되어도 큰 힘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청년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거나 혹은 또 청년정치인 입장에서는 자신은 청년문제만 다루고 싶은 게 아닐 수 있거든요. 다양한 사회문제에 개입하고 싶은데 청년 안에 가둬두는 식의 현상이 발생하거나 하는 식으로 청년정치도 기존의 담론 방식에서는 좀 왜곡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새로운 바람직한 청년정치는 어떤 모습입니까?
◆ 김선기>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청년정치는, 청년정치인 혹은 청년이라는 젊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고 그 청년정치가 어떤 새로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고 어떤 면에서 기성의 정치와 다르면서 또 어떤 면에서 기성의 정치가 갖지 못했던 한계를 뚫어낼 수 있는 그 내용이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정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지금 청년정치 논의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혹은 청년정치인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는 사람들도 그런 걸 좀 갖추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아요.
◇ 정관용> 현실에 안 보이죠? 우리가 유럽이나 이런 데서는 깜짝 놀랄 새로운 정치세력들의 등장을 보잖아요. 우리나라는 지금 없어요. 그렇죠? 그걸 만들어낼 주체가 청년들 아닌가요? 기성세대들은 그런 유럽에서 보이는 깜짝 놀랄 식의 정치적 내용을 담지를 못하거든요. 지금 김 연구원이 얘기한 새로운 청년들만의 새로운 내용을 담은 정치라고 주장하신 거, 그걸 우리 청년세대들이 좀 보여줘야 되지 않나요?
◆ 김선기> 실제로 청년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성세대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오’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게 노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집중되거나 조명되거나 이런 부분이 없고 사실 계속해서 유럽이 뭔가 새로운 걸 하고 미국도 새로운 걸 하는데 우리는 새로운 게 없느냐라고 그걸 너희한테만 청년들이 그걸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직장에서의 꼰대질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거거든요. 이 회사는 이걸 하고 저 회사 신입직원은 저걸 한다는데 너는 뭘 하니 약간 이런 식으로 들릴 수 있는 문제가 있어서.
저는 그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도 해야 되지만 저는 나이가 먹었어도 충분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런 것을 저는 인정을 해야만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어떤 주체적인 행위 가능성을 좀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청년만이 주체가 되기보다는 같이 모든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저는, 그런 구도도 있잖아요. 기성세대도 바로 젊은 사람들이 하니까 자기는 내려온다 이런 거라기보다는 좀 끝까지 자신들이 믿는 가치기 위해서 싸우는 게 훨씬 더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결국은 오늘 인터뷰의 가장 핵심 결론은 지금까지 청년을 각자 시각대로, 입맛대로 규정하고 또 청년들 스스로도 이리저리 휩쓸려서 끌려 다녔다면 이제는 청년들의 진짜 문제를 청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다 담을 수 있는 진짜 문제를 청년적 시각에서 진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같이 한번 만들어봅시다 이거 아닌가요?
◆ 김선기> 그렇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정치나 아니면 새로운 담론, 새로운 사회를 설계를 하는 작업에 우리 모두 참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 정관용> 그러니까 그건 단지 청년세대만의 몫이 아니다. 기성세대도 그런 식으로 변해 달라 이런 거죠?
◆ 김선기>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아직 손에 잘 안 잡히네요. 그렇죠?
◆ 김선기> 새로운 정치의 내용을 제가 알고 있으면 사실 제가 정치를 했을 것 같습니다. (웃음) 그런데 사실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오늘날의 청년 활동가들을 같이 경험하면서 어려운 점은 청년들이 계속해서 잡무를 너무 많이 해야 되니까 이전 세대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었던 시간을 스스로 확보했던 데 비해서 그런 걸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좀 적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공부를 어쨌든 같이 열심히 해 보자 이런 것도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진짜 청년세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한 번좀 잘 연구해서 보여주시기를 부탁을 드릴게요.
◆ 김선기> 같이 해 주십시오.
◇ 정관용> <청년팔이 사회> 책을 쓰신 김선기 연구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선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