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KBS 흔들기' 논란…"과거부터 사과하라"

국회 과방위, 10월 이후 진행되던 'KBS 결산 심사' 8월로 앞당겨
법안소위 열고 KBS 수신료 분리징수 등 포함 방송법 개정안 안건 심사키로
언론시민단체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 일제히 규탄
한국당 행보에 대해 "공영방송 장악 의도 의심" 비판
"이명박-박근혜 시절 공영방송 탄압 주도한 한국당, 사과부터 해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KBS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 KBS를 상대로 수신료 납부거부운동에 이어 언론중재위원회에 25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방송법 개정 움직임까지 보이자 '공영방송 흔들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 한국당, KBS 상대 25억원 손배 청구이어 결산 심사도 앞당겨

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 KBS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보도하면서 자당의 상징인 횃불 로고를 노출시켰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25억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당은 또 KBS를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KBS에 1억 원, 양승동 KBS 사장과 취재기자 등 7명을 상대로 각 1000만 원씩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관행적으로 10월 이후에 따로 진행되던 KBS·EBS 결산 심사를 2, 3개월 앞당긴 8월 중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과방위는 법안소위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 안건을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S는 지난 18일 메인뉴스 '뉴스9' '"숨은 일본 제품 찾아낸다"…소비자들 '대체 국산품' 정보 공유' 리포트를 통해 누리꾼들이 제작한 이른바 '5NO 운동' 로고를 소개하면서 자유한국당 공식 로고인 횃불 이미지가 들어간 이미지를 화면에 내보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KBS가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지난 19일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 자리에서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동영상이 뉴스 화면에 버젓이 나오다니 제정신인가"라며 "친북좌파 세력들이 KBS를 점령, '청와대 문재인 홍보본부'로 만들어버렸다"라고 비판했다.

경찰관기동대가 KBS 본관 로비에서 연좌하고 있는 모습(사진=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단 제공)
◇ 언론시민단체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 비판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 시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간 차일피일 논의를 미뤄온 방송법 개정안 심사뿐 아니라 KBS 결산 심사까지 앞당겨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치권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법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시민단체는 한국당이야말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공영방송 장악에 나선 과거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다시금 공영방송 흔들기에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의정치적독립과국민참여방송법쟁취시민행동(이하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6일 '정치권은 KBS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치권의 KBS 흔들기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라며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수신료 납부거부운동까지 펼치며 KBS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누구보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정치권이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과방위가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에 대해 KBS 정치적 독립의 주요 전제 중 하나인 '이사 추천권'을 국회가 온전히 행사해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거론한 것은 KBS 재원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관행적으로 해 오던 이사 추천권도 내려놓아야 할 판에 이를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퇴행적 발상은 시대정신인 시민참여 확대 등에 대한 엄중한 도전 행위"라고 규정하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렇게 KBS를 내편 네편으로 나눠 줄을 세운다면 공영방송 KBS의 독립과 공적 책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일련의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인 언론장악과 보도개입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라며 "지지세력 규합과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KBS를 제물로 삼으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더불어민주당도 추경 처리를 위해 자유한국당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를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018년 1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이명박-박근혜 시절 공영방송 탄압 주도한 한국당, 사과부터 해야 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도 26일 '국회는 KBS를 국민에게 돌려줘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공영방송을 불법적 방법으로 장악하고 망가뜨렸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어서도 공영방송 장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민언련은 "KBS 결산 심사와 함께 처리하겠다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방송법 개정안에도 KBS를 통제하려는 자유한국당의 의도가 깔려 있다"라며 "과거 자유한국당이 집권 여부에 따라 KBS 수신료에 대한 태도도 오락가락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분리징수 요구 역시 그저 KBS를 길들이기 위한 정략적 수단에 불과함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이명박 정권 당시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던 점, 그리고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에도 새누리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한 점 등을 들며,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수신료 납부거부운동을 펼치는 것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와 논리는 똑같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장악' 의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2008년 경찰 기동대 600여 명의 KBS 투입 및 KBS 구성원 진압 사태 △'시사 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등 간판 시사프로그램 폐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등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부터 자행된 자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의 공영방송 탄압 역사를 거론했다.

민언련은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공영방송이 정치권에 장악되었을 때 어떤 피해를 겪는지 분명히 배웠다"라며 "그런데도 여전히 KBS에 입김을 넣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다. 자유한국당은 KBS의 공정성과 수신료를 운운하기 전에 과거 KBS 파괴 및 장악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다른 정당들 역시 KBS 지배구조를 국민의 손에 돌려주기 위한 노력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라며 "정치권이 원하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은 KBS 사장을 국회에 출석 시켜 본때를 보이거나 수신료와 이사회 자리를 흥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다가오는 8월 국회에서 과연 어떤 논의가 벌어질지, 모든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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