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를 채운 검찰총장이 비공개로 퇴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야 해서 결이 다른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은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별도의 기념촬영 없이 차에 오른 문 총장은 전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떠나면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리고 민주적 형사사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끊임없는 통제와 책임을 추궁 받을 자세를 가지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문 총장은 퇴임 인사를 통해 "검찰이 민주주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검찰 탄생의 시대 배경이 프랑스 대혁명이며, 그 지향하는 가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생의 원리는 형사사법 분야에서 국가적 권능의 분리, 분산과 통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입장 차를 밝혀 왔다.
이 때문에 퇴임사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기본권 보호 가치를 재확인한 것도 현재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총장은 또 "형사소송법이 정한 여러 절차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우리(검찰)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그 절차에 대한 통제 해제나 용이한 적용은 엄격히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권능을 행사하려면 그 권능을 행사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통제를 받아야 하고 권능 행사가 종료되면 책임을 추궁 받을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우리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능을 행사해 왔던 것은 아닌지,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해야 한다"며 "독재시대, 권위적 민주주의 시대를 거쳐 수평적이고 보편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된 이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은 법치라는 가치, 형사사법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절차의 준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 총장은 법 개정이나 제도 개혁을 끝내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면서 후배들을 향해 "현재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 혹시라도 군국주의적 식민시대적 잔재가 남아 있는지 잘 살펴서 이러한 유제를 청산하는 데에도 앞장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을 개혁 방향으로 제시하며 조직을 이끈 문 총장은 특수 수사를 축소하고 검찰 과거사에 고개를 숙이며 화제를 나았다.
또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형사상고심의원회를 설치는 물론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해 대검에 인권부를 신설하고 12개 지검에 인권감독관을 배치하기도 했다.
문 총장은 전날 퇴임 인사차 경찰청을 찾아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나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다. 그런 임무를 서로 힘을 합쳐서 잘 완수하길 바라는 마음이고, 두 기관이 서로 왕래를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