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루저야" 계속된 '약물' 비난에 쑨양은 감정 폭발

러시아의 말류틴(오른쪽)이 악수를 기다리는 가운데 쑨양은 말류틴 옆에 있는 던컨 스캇을 향해 소리치며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를 "약물 사기꾼"이라 부르며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전세계 수영 선수들의 목소리는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맥 호튼(호주)을 비롯한 여러나라 선수들이 쑨양(중국)을 지목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쑨양은 말을 아꼈고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항의가 이뤄지고 있다. 호튼에 이어 던컨 스캇(영국)도 시상식에서 도핑 적발 경력이 있는 쑨양과 나란히 서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쑨양의 악수 요청을 외면했고 함께 기념 촬영도 하지 않았다.

쑨양도 이제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쑨양은 지난 21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호튼의 행동을 보고 "개인을 무시하는 것은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정면 대응했다. 시상식은 선수 개인이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라는 것이다.

23일 오후에 끝난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는 감정이 더 격해졌다.

쑨양은 레이스를 2위로 마쳤지만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가 부정 출발로 실격되면서 금메달을 땄다. 행운이 따른 것으로 쑨양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대회 4연패를 달성했을 때 이상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또 타국 동료의 외면을 받자 이번에는 화를 냈다.


메달을 수여받은 쑨양은 악수를 거부하는 스캇을 향해 주먹을 쥐는 등 다소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는 과정에서 쑨양이 스캇에게 던진 말은 TV 카메라릍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쑨양은 스캇에게 "너는 패자고, 나는 승자다(You loser, I am winning)"라고 말했다. 스캇은 가벼운 미소를 보였을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자체를 무시한 것이다.

스캇은 경기 후 영국 취재진에게 "쑨양이 우리 스포츠(수영)을 존중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를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쑨양은 금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않았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시상식에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스캇과 다소 위협적인 행동을 한 쑨양 모두에게 경고 조치를 했다. FINA는 공식 발표를 통해 두 선수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쑨양은 2014년 중국 자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부 선수들은 그를 "속임수를 쓰는 선수"라며 비판했다.

게다가 쑨양은 지난해 도핑 검사를 위해 자택을 방문한 검사관의 혈액 샘플을 망치로 깨는 등 방해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FINA가 경고 조치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쑨양의 이번 대회 출전이 가능했다.

현재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를 두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다. 오는 9월쯤 재판이 진행된다. 결과에 따라 쑨양은 의혹에서 벗어날 수도, 향후 선수 생활 지속에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쑨양은 이미 도핑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이후에도 도핑과 관련된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를 바라보는 타국 선수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23일 오후 여자 평영 100m에서 우승한 릴리 킹(미국)은 경기 후 호튼과 스캇의 행동에 대해 "용감하고 매우 멋지다"라며 지지의 뜻을 보냈다.

릴리 킹은 처음으로 시상식 보이콧을 했던 호튼이 선수촌 식당에 들어왔을 때 박수갈채가 터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린 선수이기도 하다. 서로 국적이 다른 총 200명 정도의 선수가 호튼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고 밝혔다.

도핑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한 쑨양은 이처럼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스캇이 시상식에서 쑨양을 외면했을 때 각국 수영 선수들이 많이 자리한 관중석에서 엄청난 박수가 터진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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