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소멸에 대한 심상치 않은 경고가 잇따르면서 최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인간다움 뿐 아니라 재분배와 자본주의 체제 유지 방안으로까지 평가받으며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지지를 받고 있는 기본소득은 과연 대안일까.
좋든 싫든,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 앞에 서 있다. 대전 CBS는 기본소득이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찬반이 엇갈리는 지점, 재원 확보 방안과 논의의 한계, 정치권의 역할 등 기본소득을 향한 다양한 시선들을 짚어보고 활발한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져본다. <편집자 주>
기본소득은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와도 맞닿아있다.
증세도, 정부의 시장 개입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으로 공산주의 이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을 '화약고'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그러다보니,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점진적인' 방식의 도입과 국민 인식 변화를 선호한다. 아동수당이나 노령연금을 비롯해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이나 전라남북도 기초단체들의 농민수당, 경남 고성군의 청소년 기본소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민감하다보니 과정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에 입을 모은다.
일자리 소멸이 걱정되는 4차 산업시대에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논의 혹은 논쟁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또는 '정쟁'을 위한 이념적 프레임으로 접근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상당한 만큼, 갈등 최소화를 위한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는 것.
이런 차원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보는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 사회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사는 성남시의 '청년 배당'을 도지사 당선과 함께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시켰고, 박 시장은 "청년 기본소득 보장 방안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이선배 운영위원은 "유력 정치인들 모두 기본소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 화약고를 본인이 치고 나갔을 때 주제를 선점할 수 있는지 혹은 역풍을 맞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효율성 측면을 강조해 모든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통합시키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백승호 가톨릭대 복지학과 교수는 "진보든 보수든 기존 복지제도로는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런 차원에서 기존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은 진보 측 입장에서는 막아야 할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오준호 작가는 "성남시의 청년 배당에 대해 처음에는 왜 돈을 퍼주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통시장과 자영업 서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이 됐다"며 "청년과 지역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니 이념 프레임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이런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가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국민투표에 부쳐 부결되기도 하지만, 세계 많은 나라들이 기본소득을 새로운 시대 대안으로 여기고 실험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우리도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정치적 이유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공론화하는 게 4차 산업 시대를 앞둔 정치권의 역할이 아닐까.
정답은 성숙한 시민들이 도출해낼 수 있다.
글 싣는 순서 |
1. 왜 기본소득인가 2. 당신은 '이미' 기본소득을 받고 계십니다 3.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 중 4. 진보의 기본소득 보수의 기본소득 5. 기본소득, 엇갈리는 찬반의 지점들 6. 기본소득 얼마가 필요하고 어떻게 구할까 7. 기본소득은 공산주의?…"판단은 시민들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