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규탄 결의안마저 방치한 자유한국당 자신을 성찰할 일"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조경태 최고위원은 "언론환경이 참 안 좋긴 안 좋은가보다"라고 말문을 열며 "제가 어제 아베 수상에 대해 강력하게 '비열한 행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기사 한 줄 안 나오고, '외통위의 일본 수출규제 규탄 결의안 불발, 한국당 거부' 이렇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최고위원은 "못된 언론 국민 여러분께서 심판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2일 논평을 내고 "모든 보도가 자유한국당이 의사 일정을 거부한 사실관계만 전하거나 이에 대한 여야의 반응만 보도했을 뿐 특별히 자유한국당을 비판하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을 몰아가는 못된 언론'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하며 "실제로 언론이 자유한국당의 의결 거부만 많이 보도했다면 정략적 이유로 일본 규탄 결의안 의결마저 방치한 자유한국당이 스스로를 성찰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자유한국당이 일본을 얼마나 비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수출규제 규탄 결의안조차 의결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그들의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라며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민언련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지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항일 의병 모욕 논란을 빚은 SBS 원일희 논설위원도 두둔하고 나섰다.
원일희 논설위원은 지난 15일 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 "(일본 경제보복 관련해 정부‧여당 인사들이) 1910년 국채보상운동, 1997년 IMF 금 모으기 운동 기억하자,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다, 의병을 일으킬 사안이다, 동학 농민운동 때 '죽창가'를 불렀다"라고 짚은 뒤 "의병으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백 년 전 구한말을 복기하며 당시 해법 운운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때 그 방법으로 나라를 구하긴 했습니까"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원일희 SBS 논설위원 논란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에 대해, 일본인의 시각에서는 맞는 주장이지만 한국인 시각에서는 틀린 주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 논설위원 같은) 분들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절대 의병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이건 인신공격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어떻게 이렇게 인신공격을 하느냐. 청와대에 계신 분들의 사고방식이다. 본인들이 친일, 반일, 반한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한감정을 이용하는 아베 정권이나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문재인 정권은 똑같다"라며 "이제 나라 걱정하면 다 친일파로 매도된다. 문 정권의 내년 총선 전략은 결국 그것이다. 정권을 비판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 하면 전부 친일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통령께 말씀 좀 드리면, 제발 오늘은 본인의 신념을 내려놓길 바란다. 관심과 성질대로 하지 마시고 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라"라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원일희 논설위원의 발언은 선열들의 항일 역사와 독립운동을 모욕한 것이며, 어차피 '질 싸움'이니 강제징용 등 전범 역사를 부인하며 초유의 경제보복까지 나선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수준의 망언"이라며 "'아베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이나 똑같다'는 발언은 참으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억지요 망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언련은 "우리는 자유한국당에 묻는다. 정말 조선일보 일본어판 보도와 원일희 논설위원의 발언은 아무 문제가 없는가"라며 "자유한국당은 '반일로 한국을 망쳐 일본을 돕는 매국 문재인 정권'이라는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동의하는가? 진정 아베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똑같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